슈퍼히어로 원치 않는 대한민국 맞춤형 영웅의 모습은? [IZE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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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최적화된 슈퍼히어로를 갖고 싶다는 꿈은 영화계와 관객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저 태평양 건너 미국 땅에서 벌어지는 DC와 마블의 슈퍼히어로 유니버스 대결이 재미와 더불어 부러움을 동시에 자아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형 히어로'인 동시에 '생활 밀착형 히어로물'인 것이다.
하지만 만약 한국에서 슈퍼맨이나 배트맨, 아이언맨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면? 아마도 가장 먼저 나올 반응은 "너 뭐 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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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영림(칼럼니스트)

대한민국에 최적화된 슈퍼히어로를 갖고 싶다는 꿈은 영화계와 관객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저 태평양 건너 미국 땅에서 벌어지는 DC와 마블의 슈퍼히어로 유니버스 대결이 재미와 더불어 부러움을 동시에 자아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강형철 감독의 신작 '하이파이브'는 어쩌면 그 꿈을 이뤄줄 작품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다. 공개된 예고편을 보고 나면, 통쾌함에 비례하는 묘한 짠함이 저 멀리서 피어오른다. 왜일까.
우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에 걸맞게 다섯 명이다. 완서, 지성, 선녀, 약선, 기동. 이들은 모두 장기 이식을 통해 초능력을 얻게 된다. 방사능에 노출되거나 슈퍼거미에 물린 것도 아닌, 장기 이식이 능력의 기원이라니. 설정부터 현실감이 폭발한다.
심장을 이식받고 괴력을 얻게 된 태권 소녀, 폐를 이식받고 숨을 오래 참을 수 있게 된 작가 지망생, 전자기파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초능력을 얻은 백수 청년이라는 캐릭터 설정까지. 이들에게는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수트도, 쉴드 같은 비밀 기지도 없다. 여기서 우리는 이 작품이 '아는데 끊지 못하는 맛'임을 직감한다. '한국형 히어로'인 동시에 '생활 밀착형 히어로물'인 것이다.
미국 히어로물의 시작은 처음부터 숨이 턱 막히는 거대 담론으로 시작한다. 슈퍼맨은 태생부터 지구를 지키는 절대적 정의를 상징하는 존재이고, 아이언맨은 자본과 천재성을 바탕으로 지구 방어 체계를 구축한다. 사실상 이 세계관에서 '세계 정복'이나 '지구 멸망'을 추구하지 않는 빌런은 '잡범'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만약 한국에서 슈퍼맨이나 배트맨, 아이언맨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면? 아마도 가장 먼저 나올 반응은 "너 뭐 돼?"일 것이다. '누가 시켰는지', '왜 나서려 하는지'를 먼저 묻는 사회에서 정의 구현은 혼자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된다.
그래서 한국의 히어로들은 힘을 숨긴다. '무빙'의 봉석은 하늘을 날 수 있지만, 그 사실이 들킬까 봐 늘 모래주머니와 아령을 들고 다닌다. '전우치' 역시 마찬가지다. 도술을 쓰고 요괴를 잡지만, 그 능력은 세상을 구하기보다는 장난스럽게 발현된다. 결국 그는 민중을 위한 정의 구현보다는, 떠돌이 트릭스터에 가깝다. 공동체 안에서 눈에 띄지 않게, 튀지 않게 존재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한국 사회가 바라는 이상적인 '능력자'일지도 모른다.
이런 경향은 산업적 조건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여전히 시즌제나 유니버스 확장에 익숙하지 않다. 어떤 히어로 소재 작품이 성공을 거뒀다고 해서 당연히 다음 시즌에 후속작이 나오는 구조가 아니다.
캐릭터를 3편 이상 쌓아야 팬덤과 내러티브가 생기는데, 우리는 단 한 편으로 '이 작품은 돈이 된다'를 증명해야 한다. 즉, 쓸 만한 슈퍼히어로 IP를 하나 낳으려면 그에 준하는 초인적인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형 히어로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그들은 하늘을 날기보다 대신 땅을 딛고, 지금의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며 숨을 쉰다. 이들은 힐링 팩터보다 관계를 택하고, 세계의 질서보다 주변의 마음을 먼저 구한다. 그것이 '하이파이브'의 인물들이고, '무빙'의 아이들이다.
돌아보면 우리는 슈퍼맨을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원하지 않는 사회였는지도 모른다. 거창한 사명보다 일상의 윤리, 대단한 선언보다 조용한 실천이 절실한 요즘이라면 더욱 그렇다. 영웅이 필요한 시대지만, 그 영웅이 꼭 '크고 센 사람'일 필요는 없다. 지금 우리에게는 말보다 실천을, 구조보다 곁을 내어주는 히어로가 더 절실하다.
영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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