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셀럽을 만나다] 김준호 화성시청 코치 “펜싱은 곧 나였고, 지금은 제자들이 전부죠”

날카로운 검 끝이 오가는 펜싱의 세계는 극도의 긴장감이 흐른다. 방심하는 순간 상대의 검은 내 약점을 찌르고 파고들어서 승부를 결정한다. 이런 살얼음판 같은 피스트 위에서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대한민국 펜싱계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 해온 이가 있다. 바로 전 국가대표 펜싱 선수 김준호다. 그는 10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무대를 누비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지금은 일선에서 은퇴해 화성시청 펜싱팀에서 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펜싱은 곧 나였고, 지금은 제자들이 전부"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최근에는 경기도 홍보대사에 임명된데 이어 트로트 음원까지 발표하며 운동선수의 틀을 넘어 다채로운 인생의 영역을 향해 도전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실전의 검을 내려놓고 새로운 무대 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김준호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오랜만에 뵙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현재는 화성시청 펜싱팀에서 코치를 맡고 있다. 펜싱을 처음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이후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거치며 꾸준히 선수 생활을 이어왔고, 국가대표로서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 다양한 국제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얼마 전부터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고, 후배 선수들이 저와 같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은퇴 후, 곧바로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고 들었다. 고민은 없었나.
"고민보다는 오히려 계획에 가까웠다. 현역 시절부터 마음속으로 '은퇴하면 언제쯤 지도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현역 시절에도 화성시청 소속이었고, 고향도 화성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은퇴 후 삶을 시작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다른 일을 해보려는 생각은 안했다. 익숙한 분야에서 후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 펜싱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펜싱을 시작하기 전에는 축구, 배드민턴 같은 대중적인 운동만 접했다. 펜싱이 어떤 종목인지 몰랐다. 그런데 아버지 지인분께서 '펜싱을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하셨고, 궁금한 마음에 펜싱부 연습을 구경하러 갔었다. 그때 피스트 위에서 선수들이 검을 들고 움직일 때 나는 특유의 쇳소리가 가슴을 울렸다. 그 순간이 너무 짜릿했고, 저런 소리를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모님께 펜싱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 시켜달라고 조르며 시작하게 됐다."

- 선수 시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수많은 대회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대학 2학년 때 출전했던 국가대표 선발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당시 저는 '이번에 선발되지 못하면 펜싱을 그만두고 군대를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감독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다.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에 그 선발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선발 돼 국가대표의 길을 걷게 됐고, 그날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 지도자로서의 생활은 어떤가.
"확실히 선수와 지도자의 무게는 다르다. 선수는 오로지 자신의 경기만 신경 쓰면 된다. 경기를 잘하든 못하든 자신의 결과만 감당하면 된다. 하지만 지도자는 다르다. 선수 한 명 한 명의 훈련, 멘탈, 경기력, 부상 관리까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니 그 무게가 훨씬 크다. 그래서인지 가르친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의 기쁨은 선수로서 금메달 땄을 때와는 다르다. 그만큼 함께한 시간, 노력, 책임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화성시와 인연을 맺고 선수에 이어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지역 청소년들이 펜싱에 관심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화성은 제게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삶의 중심이자 고향이다. 이런 애정을 바탕으로 후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청소년들이 펜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운동 시스템이 잘 유지돼야 한다.
화성은 이미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대학교, 실업팀까지 체계적인 연계가 잘 이뤄져 있어, 아이들이 굳이 외지로 나가지 않고도 고향에서 펜싱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또 화성은 전국적으로 펜싱이 강한 도시로 알려져 있어 외부 유망주들의 관심도 높다. 앞으로 행정적인 지원과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뒷받침된다면 명실상부한 '펜싱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 이곳에서 지도자로서 그 길에 힘을 보태고 싶다."
-많은 선수들과 유망주들을 봤을 텐데, 특히 인상 깊었던 제자가 있나.
"제가 화성시청 코치를 맡은 이후 사브르 종목에서 대표가 된 선수가 기억에 남는다. 얼마 전 국가대표가 됐고, 대회에 출전해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우승을 거뒀다. 저를 믿고 잘 따라와 준 점이 고맙다. 또 메달권에는 있었지만 한 번도 금메달을 못땄던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때도 지도자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제가 가르친 선수들이 메이저 대회인 아시아게임, 세계선수권, 올림픽 같은 무대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다. 물론 그 무대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국내외 대회, 선발전, 월드컵 등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저는 선수들에게 항상 '눈앞의 작은 경기부터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작은 과정들이 모여 큰 결과를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준희기자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