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회에서 시작해 사랑받는 브랜드로 ‘하효맘 과즐’

마을의 대표작물인 감귤을 활용해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서 실험을 시작했다. 제주 서귀포시 하효부녀회 구성원들이 2017년 하효살롱협동조합을 설립한 이유다. 부녀회원들이 떡집을 운영하면서 오메기떡 체험을 해왔는데 이것만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새로운 자원을 찾아보자"는 뜻을 모은 것.
'대기업이 모방할 수 없는 것', '우리 역량에 맞는 것', '여성들이 가내수공업처럼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시장조사를 했다. 그때 과즐의 대부분이 수입 밀가루와 외국산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렇게 우리밀 100%와 감귤을 주재료로 한 하효맘의 과즐이 세상에 나왔다. 하효맘은 '우리 어머니들이 고된 농사일과 물질에도 가족을 위해 건강한 먹거리를 식탁 위에 올려주셨던 마음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마음과 의지를 담은 브랜드다.
도전은 쉽지 않았지만 '언젠간 우리 맘을 알아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꾸준히 노력을 이어갔다.
25명의 조합원들이 한 마음으로 뭉쳤다는 게 가장 큰 힘이었다. '2년 동안 자본금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일주일에 한 번씩 번갈아가며 노력봉사를 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지나고 과즐을 생산할 수 있는 안정적인 체계가 갖춰졌다.
그 때 찾아온 또 다른 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은 모든 경제 영역을 얼어붙게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일반마트와 달리 유기농 식품을 다루는 곳은 더 번창하기 시작했다. 노력의 결실은 가장 힘든 시기에 나타났다. 서서히 하효맘의 과즐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히트상품이 되어갔다.
서두르거나 과욕을 부리는 것을 늘 경계했다.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 비즈니스'를 추구했다. 과즐도 처음엔 감귤만 활용하다가 비로소 안정적 공급과 판매가 잘 정착된 후에야 보리, 그 다음 칩 형태로 변화하며 조금씩 확장해갔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매년 5000만원 이상을 기부하며 더불어사는 삶을 증명해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인기 관광지인 쇠소깍에서 월 1회 사회적경제 플리마켓을 열어 진정성 있는 로컬의 소규모 브랜드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도 꾸준히 하고 있다.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의 원재료가 지닌 힘과 가치를 알리는 일에도 열심이다.
낯선 곳에서 힘들어하던 결혼이주여성들을 적극 채용한 것도 주목해야 될 점이다. 17명의 직원 중 9명이 결혼이주여성이다.
하효마을회 사무장을 역임한 김미형 하효살롱협동조합 대표는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내가 친정엄마가 되어보자'라는 마음으로 노동법에 대해 알려주고, 정당하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채용했다"며 "이들이 일상의 다양한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기댈 수 있는, 친정엄마처럼 얘기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나 혼자만 빠르게 가기 보다는 같이 손 잡아서 가는 것', '안되는 건 같이 밀어주고 응원해주면서 서로가 도우면서 하면 좀 더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들이 추구하는 길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하효살롱협동조합은 2024년 제4회 제주를 밝히는 사회적가치 실현대상에서 사회적경제기업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또 제주도와 SK그룹의 사회성과인센티브 측정을 통해 사회성과 중 일부를 인센티브로 지급받으며 그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김미형 대표는 그들의 방향성을 V자 형태로 장거리 비행을 하는 기러기에 빗댄다. 김 대표는 "리더 기러기가 날갯짓을 하면 뒤의 기러기들은 쉽게 날 수 있다"며 "우리 모든 조합원들이 리더가 됐으면 한다. 이들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고 배당금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부녀회원들끼리 마음이 즐겁게, 노년을 즐겁게 보낼 방법이 없을까 하는 것이 애초 이 사업을 시작한 취지"라며 "이제는 우리가 돈만 버는 기업이 아니라 '좋은 곳에 잘 쓰기 위한'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