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부대’ 광장에서 온 초대장 [기자의 추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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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등장하는 인물이나 지명을 검색해볼 때가 있다.
수록된 소설 일곱 편은 한 사람이 쓴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르게 '창조'되어 있다.
책을 덮어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 속을 나는 아직 헤맨다.
이야기는 이미 끝났는데 나만 책 속에 붙박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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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지음
창비 펴냄

소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등장하는 인물이나 지명을 검색해볼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졌다’고 느낀다. ‘진짜’를 만들어내는 재능을 질투하면서 발버둥 친다. 논픽션의 세계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픽션의 세계를 창조하는 이들은 언제나 경이롭다. 픽션은 “존나 흉내만 내(154쪽)”는 것 같지만 픽션이야말로 ‘혼모노(本物·ほんもの)’ 그 자체다. 어쩌면 픽션만이 진짜를, 세계의 진실을 담보할 수 있는 건 아닐까. 〈혼모노〉는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좋은, 아니 ‘진짜’ 소설들만 모여 있는 책이다. 그런 소설집을 발견한 기쁨도 잠시, 소개하는 일 앞에서 막막해진다. 이미 혼자 너무 벅차 있는 데다, 보태는 말이 하나같이 모두 비루함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극기 부대가 있는 광장으로, 유력 정치인이 선거를 앞두고 요청한 굿판으로, 같은 영화감독을 좋아하는 팬들이 모인 술집으로···. 성해나가 만든 세상으로 나는 저항 없이 끌려갔다. 수록된 소설 일곱 편은 한 사람이 쓴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르게 ‘창조’되어 있다. 소설 속 분노·불안·결핍은 울퉁불퉁하지 않고 어쩐지 매끈하다. 독자인 나는 그 속에서 자꾸만 미끄러진다. 그 와중에도 도무지 책장 넘기는 일을 멈추지 못하면서. “제가 선생님의 뜻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습니다(191쪽)”라는 말은 내가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된다.
‘읽는다’는 행동은 언제나 ‘본다’보다 능동적이다. 책을 덮어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 속을 나는 아직 헤맨다. 이야기는 이미 끝났는데 나만 책 속에 붙박여 있다. 문학평론가 양경언의 말마따나 “여운이 남는다거나, 감상에 젖게 만든다는 표현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감정 속에 나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동시대가 바로 여기에, 이 소설들 안에 있다.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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