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 있으면 암 확률 2배↑, "위∙대장 내시경 서두르세요" [인터뷰]
2024년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50세 미만의 대장암 발생률이 조사 대상 42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20~49세 사이의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11.2명인 호주나 10명인 미국보다도 높다.
내과 전문의 김성민 원장(청주이음내과)은 "우리나라 전체 암의 10% 정도가 위암, 12% 정도가 대장암으로 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발생률이 높은 수준"이라며, "특히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암은 2배, 대장암은 1.5~2.5배까지 발생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권고보다 이른 시기부터 주기적으로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성민 원장과 함께 위∙대장 내시경 검사의 중요성과 검사 전 준비 사항, 검사 후 주의사항까지 꼼꼼하게 짚어봤다.
Q. 위∙대장 내시경 검사는 왜 중요한가요?
우리나라는 위암과 대장암의 발생률이 매우 높습니다. 위암은 우리나라 전체 암 발생 비율 중 1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는 미국의 10배 수준으로 몽골, 일본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위암 발생률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합니다. 대장암 또한 우리나라 전체 암의 12% 정도를 차지하는데, 요즘에는 20~49세 사이의 젊은 연령대에서 대장암 발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정기적인 내시경 검진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특히 위암과 대장암의 경우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고, 환자가 증상을 느낄 때쯤에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검진을 통해 암을 초기에 발견하게 되면 치료의 성공률이 크게 올라갑니다. 조기 위암과 조기 대장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90% 정도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대장암의 경우 대장암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용종, 폴립을 발견하고 제거하여 대장암의 발생률을 70%까지, 사망률을 53%까지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Q. 위∙대장 내시경 검사는 언제부터 받아야 하나요?
먼저 일반적인 권고사항을 말씀드리면 위내시경은 만 40세부터 2년마다 주기적으로, 대장암의 경우에는 먼저 분변잠혈검사를 1년마다 받고 결과에 이상이 있으면 대장 내시경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분변잠혈검사를 거치는 것보다 대장 내시경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대장암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추고, 비용 대비 효과도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래서 이제 대장 내시경을 주기적으로 받도록 권고사항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개인별 위험 요인에 따라 검진의 시작 시기와 주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암 가족력이 있거나 소화기 계통에 증상이 있는 경우, 원인을 알 수 없는 빈혈이나 체중 감소와 같은 증상이 있는 경우라면 설령 20~30대라고 하더라도 내시경 검진을 받기를 권장합니다.
Q. 가족력을 언급해주셨는데, 만약 가족력이 있다면 검진 주기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나요?
암 가족력이 있다면 앞선 권고사항보다 더 이른 시기부터, 더 자주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위암의 경우 부모나 형제∙자매 중에 암 환자가 있다면 암 발생 확률이 두 배가량 높습니다. 따라서 40세 미만이라도 위내시경 검진을 시작해서 매년 검진을 받도록 권합니다.
대장암의 경우 부모나 형제∙자매 중 암 환자가 한 명 있다면 발생 위험이 1.5배, 두 명 있다면 발생 위험이 2.5배 높아집니다. 특히 가족의 암 발생 연령이 55세 이하일 경우에는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일반적인 권고보다 10년 이른 만 40세부터 대장내시경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을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Q. 검진의 중요성은 알지만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망설이는 분들도 많은데, 보통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위내시경의 경우 내시경이 목구멍을 통해 들어가는 과정과 내시경이 위를 지나 십이지장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과정, 또 내시경을 통해 내부를 구석구석 관찰하는 과정에서 복통이나 불편감 또는 구역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장 내시경의 경우에는 장을 완전히 비우는 장 정결 과정이 굉장히 번거롭죠. 장 내부를 잘 관찰하기 위해서 공기를 넣어서 마찬가지로 부풀리게 되는데요. 이러한 과정에서 복통이나 불편감이 발생할 수 있어서 검사를 망설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면 내시경, 즉 '의식하 진정 내시경'을 통해서 검사 도중에 불편감을 거의 느끼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마시는 장 정결제의 양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고, 알약 형태의 약도 나와서 장 정결도 큰 불편감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Q. 내시경 검사 중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위나 대장 내시경에서 암으로 의심되는 병변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조직 검사를 하게 됩니다. 조직 검사 결과는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3~7일 정도 소요되는데,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치료 계획이 정해집니다. 또 대장내시경에서 대장암의 전 단계인 용종, 폴립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내시경으로 바로 제거해서 대장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Q. 검사 중에 예상치 못한 반응이 생기는 경우도 있나요?
다른 검사 및 시술과 마찬가지로 내시경 검사 중에도 원치 않는 우발증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중대한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이 정해진 검사법으로 안전하게 검사받는다면 그 발생 빈도는 무시해도 될 정도로 굉장히 낮습니다.
Q. 그밖에 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갈 때 알아두면 좋을 팁이 있을까요?
먼저 위내시경 같은 경우에는 금식 기간을 잘 지키는 것 외에 특별히 주의 사항이 없기 때문에 긴장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검사를 받으면 됩니다. 다만 대장내시경 같은 경우에는 장 정결을 위해서 장 정결제를 올바른 용법, 용량으로 정해진 양을 다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이 외에 검사 3일 전부터는 잊지 말고 씨앗이나 채소류, 해조류, 과일류 같은 음식을 피하고, 소화가 잘 되는 두부나 닭고기, 햄 같은 음식 위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내시경 검사가 끝난 후에도 주의할 사항이 있나요?
수면 내시경을 받는 경우에는 본인은 깼다고 생각하더라도 사실 뇌 안에는 약 기운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운전이나 법적 계약서 작성 같은 일정은 피하고, 검사 당일 알코올이나 수면제 복용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전반적으로 내시경 검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정기적인 내시경검사를 통해 암을 조기 진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굉장히 큽니다. 따라서 이제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보다 '그래도 미리 검사받자'라는 자세로 내시경 검진을 대하고 자주 받으면 건강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전과 달리 조기 위암과 조기 대장암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권고사항에 해당되지 않아도 증상이 있으면 언제든지, 지체 없이 병원에 오셔서 진료를 받고 내시경 검진을 받으시길 권장합니다.
기획 = 이화영 건강 전문 아나운서
손선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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