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서 울려 퍼진 납북자의 詩 “죽음에서 구해줄 것 믿노라”
6·25전쟁 납북 가족 참석해 눈물로 호소

“오 나의 조국이여, 오 유엔이여, 당신이 우리를 이 지옥, 이 죽음에서 구해줄 것임을 우리는 믿노라.”
15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한 여성이 울먹이며 말했다. 납북 피해 상황을 유엔에 설명하던 이성의(77)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이 발표 말미에 1950년 평양 형무소에서 발견된 한 납북자의 시 ‘오 나의 조국, 오 유엔’을 낭독한 것이다. 15개 이사국 대표들이 숨죽인 채 귀를 기울였고, 일부는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이날 회의는 전쟁 중 실종자 문제를 국제사회가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2019년 안보리 결의 2474호 이행을 점검하기 위해 열렸다.
변호사였던 이 이사장 부친 역시 1950년 42세에 납북됐다. 이 이사장이 생후 18개월 때였다. 이 이사장은 “납북자 가족들은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을 기다리고 그리워하면서도 그들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수많은 납북자 가족이 혹독한 세월을 견뎌야 했지만 마음속 상처는 지금도 아물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납치 범죄를 단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면서 “10만명에 달하는 피해자가 존재하는 전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강제 실종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납북 피해자 가족을 대표해 안보리와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그는 “북한이 납북자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사망했을 경우 유해라도 송환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요청해 달라”며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다.

한국 정부와 미국도 납북자 문제를 지적하며 북한을 비판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는 “(납북자 문제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도 민간인 10만여 명이 북한에 납치된 조직범죄라고 규정했다”면서 “북한이 납북자, 억류자, 미송환 국군 포로 문제에 대해 공식 사죄하고 희생자들의 생사 확인과 송환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납치 사실 자체를 부인할 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한국민뿐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시민 상당수를 납치하고 구금해 왔다”며 “납북자와 그 가족들의 고령(高齡)을 고려하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긴급한 문제”라고 했다.
도러시 셰이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대행은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국가 중 하나이며 북한의 인권 상황은 개탄스러운 수준”이라면서 “안보리 이사국들은 북한 정권을 보호하는 대신 납북자나 그들의 유해를 가족에게 돌려보낼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했다. 북한 인권 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의 일차적 책임을 부여받은 유엔 안보리에서 전시 납북자 문제를 피해 당사자가 직접 제기한 것은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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