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파크에 수영장·아이스링크가...2200억원 들여 대변신

“조금 뒤면 이곳은 수영장이 됩니다. 앞으로 진짜 센트럴파크를 느끼려면 여기로 와야 할 거예요.”
최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북쪽 인공호수 ‘할렘 미어’, 호숫가를 따라 걷다 보니 푸른 잔디가 깔린 넓은 공원과 신축한 건물이 나타났다. 건물 경비원은 “겨울에는 아이스링크로 변신하기 때문에 일 년 내내 사람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뉴욕을 대표하는 장소인 센트럴파크는 59번가부터 시작해 북쪽으로 110번가까지 넓게 조성되어 있다. 공원 남쪽(59번가 방향)은 미드타운으로 가는 길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늘 북적이지만, 북쪽으로 갈수록 관광객은 적어진다. 공원이 끝나는 110번가부터는 다른 지역에 비해 범죄 발생률이 높다는 할렘가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달 초 이 지역의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1억6000만달러(약 2200억원)를 들여 부지를 갈아엎어 ‘데이비스 센터’라는 건물을 세우는 등 리모델링을 마쳤다. 파크 남쪽에는 여름엔 피클볼을 치고 겨울엔 아이스링크가 되는 울먼 링크가, 북쪽에는 데이비스 센터가 자리하게 됐다. 현지에서는 “센트럴파크가 만들어진 지 172년 만에 있었던 대대적인 공사가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래 이곳에는 1960년대 지어진 라스커 수영장과 아이스링크가 있었다. 그렇지만 집중호우가 내릴 때 이 지역은 홍수로 잦은 피해를 보았고, 옆에 붙어 있는 할렘 미어 호숫길 도로는 방화 등으로 심각하게 파손됐다. 수영장 주변은 깨진 유리 조각이 널려 있는 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1989년 4월 발생한 이른바 ‘센트럴파크 파이브’라는 사건은 이 지역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켰다. 명문대를 졸업한 백인 여성 금융인이 심야에 조깅을 하다 괴한에게 심한 구타와 성폭행을 당한 뒤 혼수상태로 버려진 사건이다. 경찰은 공원 주변을 배회하던 흑인과 히스패닉계 10대 소년 5명을 강간 및 강간 방조범으로 지목했고 이들은 징역형을 받았다. 그런데 사건 발생 13년 만에 진범이 잡혔고 ‘인종 차별’ 논란이 일었다. 이후 이 지역은 더욱 쇠퇴했다.

센트럴파크 보존 협회에서는 더 이상 이곳을 방치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 개발 계획을 논의했고,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직후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했다. 약 3만㎡ 규모의 부지에 넓은 휴식 공간이 들어선 데이비스 센터가 세워졌고, 건물 앞 타원형 공간은 여름엔 수영장, 겨울엔 아이스링크로 사용되게 조성됐다. 수영장은 한 번에 1000명까지도 들어갈 수 있다. 봄과 가을엔 잔디밭에서 일반 시민을 위한 요가 클래스가 열리기도 한다. 할렘 미어도 깨끗하게 정비됐고 110번가에서 공원으로 들어와 데이비스 센터까지 가는 길은 나무 데크가 설치됐다. 뉴욕타임스는 “오랜 상처를 치유하는 멋진 장소가 센트럴파크에 생겼다”면서 “무법천지가 되어 쇠퇴하는 도시의 모습을 그려냈던 곳이 수년의 노력 끝에 변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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