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고, 데고, 떨어지는 과일…밤낮없는 더위에 견딜 틈 없었다

이시내 기자 2025. 5.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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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도 덥다던데 대비책이 없어요. 태양을 가릴 수도 없고."

지난해 9월 중순까지 계속된 폭염으로 전남 나주시 금천면 배농가들은 너나없이 열매터짐(열과)과 햇볕데임(일소) 피해를 봤다.

지난해 영암군 금정면의 대봉감 전체 재배면적 809㏊(904농가) 가운데 74% 해당하는 600㏊(530농가)에서 폭염과 폭우로 인한 낙과, 햇볕데임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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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기후시대] (1부-4) 작물도, 가축도 덮친 ‘폭염’
배·사과·대봉감 … 폭염피해 직격
차광막·살수기 등 비용 부담 커
대안으로 ‘수확시기 조정’ 거론
전남 나주의 한 과수원에 배가 폐기돼 있는 모습. 지난해 9월 중순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햇볕데임(일소)과 열매터짐(열과) 피해가 발생했다.

“올여름도 덥다던데 대비책이 없어요. 태양을 가릴 수도 없고….”

지난해 9월 중순까지 계속된 폭염으로 전남 나주시 금천면 배농가들은 너나없이 열매터짐(열과)과 햇볕데임(일소) 피해를 봤다.

손두현씨(60)는 2.6㏊(8000평) 규모 과수원의 60%에서 피해를 봤지만 수확 후 선별 과정에서 확인돼 농작물 재해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손씨는 “배값이 좋다고 하지만 팔 물건이 없으니 매출액이 전년보다 2억∼3억원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폭염 피해를 본 배.

전남 영암군 신북면에서 0.8㏊(2500평) 규모의 배농사를 짓는 정석기씨(52)는 “당시 인근 농장에선 절반 가까이 피해가 발생해 납품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도 있었다”며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기에 당혹스러웠다”고 전했다.

사과도 폭염을 피해 가지 못했다. 수확기에 접어든 조중생종 ‘홍로’와 ‘양광’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농가들은 햇볕데임 방지약을 뿌리며 사투를 벌였지만, 한낮 기온이 35℃에 달하는 극한폭염에, 밤 기온도 28℃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까지 겹쳐 사과는 나무에 달린 채 썩었다.

경북 문경에서 2㏊(6000평) 규모의 사과원을 운영하는 이상철씨(68·문경읍 요성리)는 “봉지 안에서 사과가 삶아질 정도였다”면서 “일부 농가는 수확을 포기할 만큼 피해가 심했다”고 회상했다.

대봉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영암군 금정면의 대봉감 전체 재배면적 809㏊(904농가) 가운데 74% 해당하는 600㏊(530농가)에서 폭염과 폭우로 인한 낙과, 햇볕데임 피해가 발생했다.

정철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60)은 “33℃ 이상의 고온이 40일간 지속돼 과수가 팽창하면서 낙과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렇게 땅에 떨어진 대봉감은 빠르게 물러져 상품성이 완전히 상실된다”며 “6.6㏊(2만평) 규모로 대봉감을 재배하는데, 30% 이상이 이러한 피해를 겪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햇볕데임 피해 예방책으로 차광막과 스프링클러 등이 거론되지만, 비용 부담이 크다. 지역환경 등을 고려할 때 작목 전환도 여의치 않다. 현재로선 기후변화에 맞춘 수확시기 조정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정도다.

윤석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센터 연구사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작업 체계의 유연한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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