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우리 회사에 육아휴직자가 나타났다···그 뒤엔 '일·육아 동행 플래너'
기업 찾아가 맞춤형 정책 지원
육아휴직·출산휴가 등 확대 목표

직원 110명이 일하고 있는 서울 마포구 소재 A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얼마 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회사가 생긴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이 나온 것. 20~30대 직원이 84%를 차지하는 이 회사는 소규모 회사다 보니 육아휴직 같은 '일·육아 동행 지원제도'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사업주는 자리를 비운 직원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추가 비용이 부담스러웠고,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 공백이 동료에게 전가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이런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도입한 '일·육아 동행 플래너'가 회사를 찾으면서 해결됐다. 플래너는 일·육아 병행 지원제도를 제대로 모르거나 제때 사용하기 어려운 회사를 찾아가 제도를 안내하고 맞춤형 정책을 지원하는 제도다. A기업의 경우 플래너가 직원들에게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를 설명하고 사업주에게는 인력 공백으로 인한 대체인력 지원금 제도 등을 안내했다. 사업주는 대체인력 지원금 제도를 활용해 휴직자 대체인력을 두 명 고용했고, 근로자 두 명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찾아가는 서비스 '일·육아 동행 플래너'

고용부 '일·육아 동행 플래너'는 지난해 13개 고용센터에 처음 도입됐다. 올해는 26개 고용센터로 확대됐고 센터별로 2~3명의 플래너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제도 이용을 원하는 개별 기업이 일·육아 병행 지원제도를 실효성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밀착 컨설팅을 하는 것이다. 저출생 해결을 위해선 근로자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책 목표가 반영됐다. 특히 인력과 재정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주요 정책 대상이다. 지난해 기준 총 1,088개 업체가 제도를 이용했다.
플래너 컨설팅은 총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기존 일·육아 병행 제도를 안내하는 단계다.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이를 모르거나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근로자, 사업주에게 정책을 설명해준다. 근로자의 임신기부터 육아기까지 제공받을 수 있는 지원제도와 법적 의무 사항을 안내하고 신청서 작성까지 도와준다.
2단계는 외부전문가 컨설팅이다. 플래너 판단에 따라 공인노무사 등 외부전문가를 투입해 법적으로 지켜야 할 일·육아 병행 제도를 사규나 취업규칙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3단계는 회사가 자체적인 일·육아 병행 제도를 운영하고 싶을 때 플래너가 도움을 주는 단계다.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을 통해 개별 기업 수준과 특징에 맞는 제도를 함께 고민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규정 마련과 시범운영까지 도움을 준다. 단계별로 컨설팅을 받은 기업들은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상담을 통해 제도 안착을 지원한다.
회사도, 근로자도 몰랐던 정책 적극 활용

정책을 이용한 업체들은 변화를 경험했다. 종업원 수 14명인 서울 강남구 소재 B시각 디자인 업체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근로자들이 육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디자인 회사는 업무의 특성상 야근이 많고 근무강도가 세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연근무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B업체 근로자들은 육아기 시차출퇴근제(2명)를 사용하게 됐고 회사는 유연근무제 안착을 위한 인프라구축비를 지원받아 새로운 출퇴근 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원 136명이 일하고 있는 C화장품 제조업체는 2012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육아휴직지원금을 받았다. 이 회사 직원들은 창립 이후 지난해까지 근로자 82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하지만 사업주는 근로자가 육아휴직에 들어갈 경우 기업이 육아휴직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 한번도 제도 신청을 하지 않았다. 플래너 상담을 통해 한번도 받지 못한 육아휴직지원금 1억2,100만 원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사업주는 이 돈을 직원들 복리후생에 사용하기로 했다.

한편 고용부는 "일·가정 병행 지원제도 확산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한 근로자 수는 13만2,535명으로 전년도 대비 6,527명(5.2%)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이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4만1,829명으로 육아휴직급여 수급자의 31.6%를 차지했는데 남성이 전체 육아휴직자의 3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소기업 육아휴직 활용도 역시 상승했다. 지난해 육아휴직자 중 중소기업 소속은 7만5,311명(56.8%)으로 전년 대비 1.2%포인트(P) 상승했다. 중소기업은 고용부 '일·육아 동행 플래너'의 핵심 정책 대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가정 병행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제도의 종류와 신청 조건 등을 몰라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정부가 이 같은 기업들을 적극 지원해 각종 지원제도를 확산하고 기업 부담도 낮추기 위한 노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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