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찾은 푸른 눈의 시민군 “내겐 매일이 5·18”
45년 만에 광주시 명예시민증 받아
“생사 함께 한 동지들 만나니 행복”
시민군 20명, 악수하며 박수로 환영
5·18민주화운동 당시 ‘푸른 눈의 시민군’으로 활동했던 미국인 데이비드 돌린저(한국명 임대운·71) 씨는 15일 오후 6시 반 광주 서구의 한 식당에서 1980년 5월 옛 전남도청, 금남로를 함께 지켰던 시민군 20명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식당 안에는 ‘환영합니다. 시민군 임대운 5·18민중항쟁 시민군 일동’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심정보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상임부회장(72)이 돌린저 씨와 악수하며 “첫 명예 시민군으로 임명한다”고 하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심 부회장은 “돌린저 씨는 5·18 당시 전남도청과 금남로에 있던 외국인 중 한 명이었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으로 웨스트체스터대를 졸업한 돌린저 씨는 1978년부터 1980년까지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전남 영암보건소에서 근무했다. 그는 5·18 당시 광주에 머물며 민주항쟁을 목격했다. 돌린저 씨는 1980년 5월 26일 시민군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에 들어가 계엄군 무전기를 감청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푸른 눈의 시민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이자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고 윤상원 열사의 외신 기자회견 통역을 맡아 5·18의 진실을 세계에 알렸다.
돌린저 씨는 이후 1981년까지 미군 기지에서 강사로 근무하며 광주와 한국의 민주화운동 실상을 미국에 알리고 유엔인권위원회에 광주 목격담을 담은 인권 침해 보고서를 제출했다. 2022년 회고록 ‘나의 이름은 임대운’을 출간하고 인세 전액을 기금으로 조성해 5월 당사자와 유가족을 지원하고 있다.
돌린저 씨는 5·18 이후 40여 년 동안 의료기기 회사에 근무했다. 현재는 인도의 한 의료기기 회사 수석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5·18은 나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며 살 수 있는 가치를 심어 줬다”며 “광주 시민들은 현재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이어 “45년 전에 한 일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돌린저 씨는 14일 광주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원 김태훈 씨(63)는 “돌린저 씨는 45년 동안 5·18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갖고 성원을 해줬다. 돌린저 씨처럼 오월 광주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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