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할 돈, R&D에 더 써야 기업이 성장”

김은정 기자 2025. 5. 1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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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2022년 한국 증시 연구…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기업 지배 구조가 개선되고 배당이 늘어나면 고질적인 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가 해결된다? 이 가설은 틀립니다. 배당할 돈으로 연구·개발(R&D)에 매진해 혁신 기업, 성장 기업을 더 많이 만들어내야 근본 문제가 해결됩니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을 비롯한 행동주의 세력은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기업 거버넌스(지배 구조) 개선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해소에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제 우리나라 상황에선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최 교수는 2000~2022년 23년간 국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종목의 배당률, R&D, 설비 투자, 무형 자산(브랜드·특허 등), 유형 자산, 기업의 연령, ROE(자기자본이익률) 등과 PBR(주가순자산비율·낮을수록 저평가된 것)의 상관관계를 실증 분석해 최근 논문을 냈다. 배당을 많이 줄수록, 기업 거버넌스 점수가 높을수록 정말로 대표적인 주가 평가 지표인 PBR이 높은지 검증해 본 것이다. 이제까지는 국가 간 PBR 차이를 비교하거나 그 차이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을 짚는 연구는 있었어도, 국내 개별 기업의 PBR을 설명하는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는 찾기 어려웠다.

최 교수는 “놀랍게도 기업 지배 구조는 PBR과 통계적 관련성이 없었고, 주주 환원 성향과 PBR은 오히려 음(-)의 상관관계를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PBR은 오히려 성장 동력 변수들과 높은 관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당을 많이 하고 자사주를 소각하는 기업보다는 R&D 투자가 활발하고 특허나 브랜드 가치 같은 무형 자산 비율이 많은 기업일수록 PBR이 높아 기업 가치가 높았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PBR은 기업의 투자, 산업 구조적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바이오 등 무형 자산 기반의 혁신 기업들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면서 주식시장에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반면 한국은 제조업 기반의 성장세가 주춤해진 대기업들이 주식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최 교수는 “진정한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을 위해선 혁신 기업을 육성하고 성장 기반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중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지금과 같이 주주 환원이나 거버넌스에 집중하는 정책은 밸류업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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