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보이스피싱 ‘두뇌 싸움’

이수영 2025. 5. 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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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수사부 ○○○검사인데요. 긴급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럽니다.” “아이고~. 이번엔 또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요?” 여러 차례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아본 할머니는 웃음을 참고 여유 있게 응답했다. 농담을 이어가며 통화 시간을 늘리려 하자, 보이스피싱범은 심상치 않다는 눈치를 채고 급히 전화를 끊었다. “저래서 밥 벌어먹고 살겠나…” 할머니는 혀를 차며 혼잣말을 되뇌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여기는 XX 세무서 징세과입니다. 환급금을 드려야 하는데, 신분증과 신용카드 사진을 보내주세요.” “징세과 누구시죠?” “…김XX입니다” “여기가 그 세무서 징세과인데, 그런 직원 없는데요.” 보이스피싱이 활개를 치기 시작할 무렵, 범행 과정에서 알려진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적지 않다. 형사에게 전화했다가 무더기로 체포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의 어설픈 범행을 화제로 웃어넘기기엔 지금의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수법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해 피해자가 잇따라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거나, 가짜 웹사이트로 접속하게 해 개인정보를 훔쳐 가는 기술적인 수법이 늘고 있다. 이런 앱이나 웹은 금융기관의 웹사이트와 유사해 일반인들은 구분하기가 어렵다. 또한 AI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해 가족들의 목소리를 채취해 범행에 이용하기도 한다. 단 3초짜리 목소리 샘플만 있으면 누군가의 말투와 억양, 감정 표현까지 복제할 수 있다니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늘어나자, 강원경찰이 전국 최초로 ‘은행 순번 대기표’를 활용한 사전 예방 대책 강화에 나섰다. 피해자들이 은행 창구를 이용해 현금 및 수표를 인출하는 점을 감안해, 약 67개 은행 지점의 순번 대기표에 ‘피싱 카드 배송 전화 주의’ 등 예방 문구가 적힌 피싱 체크리스트를 넣었다. 피해자들이 금융기관 창구에서 현금과 수표를 인출하는 점에 고려해 전국 최초로 시도한다. 보이스피싱을 놓고 범죄자와 경찰이 ‘두뇌 싸움’을 하는 양상이다. 지능 범죄에 대한 예방에만 머무르지 말고, 이들을 일망타진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으면 한다.

이수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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