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맞다’ ‘시원하다’… 한식의 맛을 표현하는 법[권대영의 K푸드 인문학]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2025. 5. 1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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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의 독창성을 이야기할 때 꼭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나아가 오늘날 한식 식당의 성패가 맛에 달려 있을 정도로 우리 조상들은 대대로 음식을 만들 때 맛을 가장 고민했다.

우리 조상들은 맛이 있다 없다 여부를 간으로 표현했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위와 장의 작용이 활발해져 소화도 잘되고 에너지와 기가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이 중요한 우리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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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우리 음식의 독창성을 이야기할 때 꼭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 조상들이 어떤 맛을 내어 왔는가’라는 논제다. 원론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지리적, 풍토적 환경이 조상들로 하여금 우리 고유의 맛을 추구하도록 했다. 나아가 오늘날 한식 식당의 성패가 맛에 달려 있을 정도로 우리 조상들은 대대로 음식을 만들 때 맛을 가장 고민했다. 하지만 서양의 다섯 가지 맛(단맛, 짠맛, 신맛, 쓴맛, 매운맛)과 중국의 4기5미론(四氣五味論), 일본의 신식5미론에 대해 배울 수는 있어도 우리의 고유의 맛을 배울 만한 곳은 없다.

모든 나라와 종족은 각자 전통식품과 그에 맞는 독특한 맛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리 전통 고유의 맛이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서양 음식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우리나라 음식에 대해 ‘맛이 있다’고 표현하면 ‘달콤하다’라고 인식한다.

미식학적으로 우리 고유의 맛은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한식의 미식학을 요약하면 ‘간이 맞다’거나 ‘시원한 맛’, 그리고 ‘바로 그 맛’이다.

우리 조상들은 요리할 때 항상 간을 봤다. 우리 조상들은 맛이 있다 없다 여부를 간으로 표현했다. 한국의 어머니들이 국이나 탕, 나물 등을 만들 때 항상 중시하는 것도 간이었다. 서양에서는 음식이 맛이 있다고 표현할 때 ‘스윗(sweet·달콤한)’이라고 말하지만 한국에서는 간이 맞다고 하면 음식이 맛이 있는 것이고, 간이 안 맞다고 하면 맛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맛의 표현은 ‘시원한 맛’이다. 시원한 맛은 우리의 혀로만 느끼는 맛이 아니다. 우리 몸(장)에서 느끼는 맛, 즉 내장 미각이다. 더 나아가 몸뿐만 아니라 심사 미각으로 느끼는 맛이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위와 장의 작용이 활발해져 소화도 잘되고 에너지와 기가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이 중요한 우리의 맛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이 이 시원한 맛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온도 감각적인 용어로만 한정해 ‘쿨(cool)’로 번역한다. 이 바람에 젊은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이 우리 음식의 맛에 대해 오해를 많이 하고 있다. 시원하다는 말은 온도 감각적인 의미는 거의 없이 공간적, 심사적, 감각적, 건강(氣)적 의미가 더 강하다.

마지막으로 우리 음식 맛의 중요한 표현으로 ‘바로 그 맛’을 꼽을 수 있다. 어머니가 해주신 ‘엄마 손맛’이 될 수도 있고 장과 김치가 발효됐을 때 느낄 수 있는 깊은 그 맛, 혹은 그 지역 특산물이 내는 고유의 맛과 향도 해당된다. 향긋한 맛, 그윽한 맛, 깔끔한 맛, 고소한 맛 등 우리나라에 ‘바로 그 맛’을 표현하는 말이 수십 가지가 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바로 그 맛과 색, 향을 살리기 위해 오직 장으로만 맛을 낸다. 또 기름을 넣지 않고 오히려 끓일 때는 기름을 걷어내 재료 고유의 깔끔한 맛을 낸다. 이는 기름 맛을 살리거나 전분 등 소스를 부어 먹는 중국 음식이나 각종 소스와 향신료로 마스킹(masking)해 식재료 고유의 맛이나 향을 잃게 하는 서양 요리와 미식학적으로 다르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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