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따뜻해지는 시와 인문 밥상 받으시겠습니까?
오인태 작가의 「시가 있는 밥상」
직접 차린 소박한 밥상과 시와 인문정신이 살아있는
건강한 공동체 복원 가능케 하는 정신적 토대 놓아

당신은 어떤 저녁을 원하는가?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저녁을 원하지는 않는가. 미친 속도의 시대에 저녁의 따뜻한 밥상은 사치일 수도 있다. 집밥이 귀해진 시대, 밥은 밥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밥만으로는 허기가 지지 않는가? 밥을 먹어도 허기가 질 때가 있다. 먹어도 허기가 질 때 시를 한 편 읽어보면 어떨까. 거기에 인문의 밥상까지 받는다면 밤길 홀로 걸어가더라도 전혀 두렵지 않은 정신이 생길 것이다. 홀로 불을 밝히고 방향을 정해 걸어가기 위해, 또는 더불어 같이 따뜻한 세상을 꿈꾸기 위해 우리는 시를 읽고 인문학을 공부한다.
오인태 작가의 '시가 있는 밥상'(인사이트북스, 2014)을 펼치면 책 제목 그대로 시인이 소반에 차린 소박한 밥상과 시가 있다. 그것만 있으면 밋밋하다. 한 가지를 더 준비했다. 삶에 대한 오 작가 나름의 사유를, 정도를, 가치를 찻물처럼 우려내서 후식으로 내놓는다.
화려한 문구로서 현란한 말장난을 하지 않는다. 아주 진솔하게 삶에서 겪은 이야기를 던진다. 그 이야기에서 군고구마 냄새가 난다. 진주 남강물보다 맑은 선비의 찰랑거리는 내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 작가는 이 책의 취지를 이렇게 말한다. "사실 밥상머리 담론은 당황스런 시대를 우회하는 내 나름의 방편, 또는 세상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기도 했다. '실종과 부재의 시대'라 할 만한 오늘을 사는 우리가 잃고 있는 핵심 가치 체계를 나는 네 가지로 짚고 있다. '시'와 '인문 정신', 그리고 밥상으로 상징된 '집'과 '저녁'으로 대변된 '일상'이다", "실종은 부재를 초래한다. 부재 상태에서야 비로소 인간은 꿈꾼다. 내가 차린 밥상은 단순한 음식의 집합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상을 복원하고자 하는 의지이자 간절한 염원의 결정체다. 건강한 공동체의 복원을 가능하게 하는 정신적 토대, 또는 매개체가 바로 시와 인문 정신이다" 오인태 작가가 차려놓은 밥상과 시와 인문의 이야기가 조화를 이뤄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밥상은 손수 만든 밥과 반찬으로, 시는 작가의 시다. 밥상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몇 번이나 곱씹으면서 우려낸 사골 국물 맛이 나는 이야기다.
"참기 힘든 시간을 극복하는 길은 오직 새로운 사랑밖에 없다. 새로운 사랑은 새로운 길을 열어 줄 테니까. 다만, 두렵다고? 지금 집착하고 있는 그 길도, 그 사람도, 그 사랑도 그땐 새로운 길이 아니던가?"하고 말은 건넨다. 차려진 밥상에 더한 시를 읽고 있으면 뭔가 그리워하고 사랑해야 할 것만 같다. 소개하고 싶은 시가 많지만 두 편만 선정했다.
하필 이 저물녘/ 긴 그림자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한 그루 나무처럼/ 우두커니 서서/ 사람을 그리워하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 홀로 선 나무처럼/ 고독한 일이다/ 제 그림자만 마냥/ 우두커니 내려다보고 있는/ 나무처럼 참 쓸쓸한 일이다('사람을 그리워하는 일' 전문)
아,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제 가슴의 살점을 도려내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일// 차마 눈물겨워 그녀의/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하고 돌아왔다('미조 바다' 일부)
오인태 작가의 책 '시가 있는 밥상'은 배가 고플 때,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의 소박한 밥상을 받고 싶었을 때, 먹어도 허기가 질 때 읽으면 좋다. 위로받기 위해서 시를 읽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인태 작가의 시는 묘하게 위로가 된다. 밥상과 시와 인문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태도에는 세상에 군불을 지피는 마음이 보인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삶을 같이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삶을 같이하는 즉 공동체의 가장 기본 단위인 가정의 성원을 '식구'라 부르는 것이다'라고 오 작가는 말한다.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이 있고, 시 한 편이라도 공감하고, 인간이 진정 지향해야 할 바를 말할 수 있다면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이 없다면 홀로 씩씩하게 잘 차려 먹을 일이다. 또 내가 밥을 차려주고 싶은 사람,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있다면 누구인가. 그 사람의 무슨 향기에 끌려서 밥을 먹고 싶은가. 좋은 시를 홀로 읽고 있다가 누군가와 같이 읽고 싶었던 적은 있는가? 내 삶의 방향성이 맞기는 한 것인지 오래 고민을 해 본 적은 있는가? 오인태 작가와 함께 고민해 보면 어떨까.
Copyright © 경남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