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로 읽는 ‘인간과 시간’ 관계맺음의 역사[책과 삶]

시계의 시간
레베카 스트러더스 지음 | 김희정 옮김
생각의힘 | 400쪽 | 2만2000원
18세기 산업혁명을 맞이한 영국. ‘해 뜨면 출근, 해 지면 퇴근’에 익숙하던 노동자들은 시계가 정한 출퇴근 시간에 따라 움직이게 됐다. 하지만 시계가 사치품이던 때 시간은 산업가들의 편이었다. 이들이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을 줄이고 퇴근 시간을 늦춰도 시계가 없던 노동자들은 알 길이 없었다.
그 시기 산업가들은 “과도한 휴식과 여가가 건강을 해친다”고 했다. ‘시간이 신의 선물이므로 낭비하면 죄’라는 청교도의 가치관은, 시계가 익숙하던 산업가들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인용했다. 저자는 “청교도 정신은 ‘일과 삶의 균형’ 종말의 시작”이라고 꼬집었다. 이후 대중화된 시계를 가진 노동자는 “방해꾼”이었고, “시간의 과학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은 해고”됐다. 1824년 영국에서 합법화된 노동조합은 “노동자 권리의 핵심이 바로 시간”임을 이해했고, 일주일에 6일, 하루 12시간이던 노동시간을 줄여가는 성과로 나타났다.

역설적으로 시계 공장은 노동 착취의 현장이기도 했다. 1764년 영국의 로버트 하비 콕스는 시계에 들어가는 손가락 한 마디 길이 체인을 만들기 위해 근처 구빈원의 아이들을 데려다 일을 시키고는 1주일에 현재 시세로 3파운드(약 5600원)를 임금으로 줬다. 20세기, 시계 문자판이 밤에도 빛나게 하는 라듐을 바르던 여성 노동자들은 시세보다 높은 임금을 받았지만, 치아와 뼈가 부서지는 후유증에 시달렸다.
영국의 시계 제작자이자 역사학자인 저자는 인류가 시간 개념을 처음 이해했을 때부터 스마트 워치가 상용화되는 지금까지, 시계가 변하면서 역사가 변했던 순간들을 안내한다. 시계에 관심이 많다면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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