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타자 무덤서 쾅쾅…이러니 슈퍼스타지

이정후, 연이틀 대포
처절한 ‘기습 번트’
‘고의4구’ 굴욕에도
극적으로 부진 탈출
후리건스 열띤 환호
슈퍼스타는 슬럼프 탈출도 특별하다.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위 사진)가 ‘좌타자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홈 오러클파크에서 연이틀 홈런을 때려냈다. 이틀 연속 홈런을 포함한 4경기 연속 안타로 직전 3경기 무안타 부진을 극적으로 털어내며 슈퍼스타의 자질을 갖췄다는 미국 현지의 평가를 새삼 증명했다.
이정후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러클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홈경기에서 7회말 2점 홈런을 때렸다. 한복판 체인지업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타구 속도 162.72㎞. 총알같이 날아간 공은 오러클파크 특유의 맞바람을 뚫고 오른쪽 담장 너머에 꽂혔다. 슬럼프 탈출을 알리는 확실한 한 방이었다. 이정후는 전날에도 오러클파크 오른쪽 담장 같은 곳으로 홈런포를 쏘아 올려 반등 조짐을 보였다. 이틀 동안 시즌 5·6호 홈런포를 날렸다.
최근까지 이정후는 부진했다. 지난 11일까지 이어진 원정 3경기에서 총 1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정후의 부진이 숫자 이상으로 크게 다가온 것은 그 전까지 활약이 워낙 꾸준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이정후는 2경기 연속 무안타도 없었을 정도로 잘 치기만 했다. 어쩌다 안타를 못 치고 나면 바로 다음 경기 멀티 히트로 회복했다. 3경기 연속 무안타는 올해 이정후에게 낯선 경험이었다.
이정후는 12일 미네소타전에서 닷새 만에 안타를 쳤다. 1회 첫 타석 좌전 안타를 때렸다. 그러나 여전히 온전한 타격감은 아니었다. 이후 네 타석을 희생타 하나에 그친 채 무안타로 마쳤다.
시즌 첫 슬럼프에서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려 했다. 13일 애리조나전에서는 1회말 첫 타석 2사 1루에서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번트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향하며 아웃이 됐다. 4번 타자다운 선택이 아니었다. 현지 중계진도 “2사후 번트 시도는 좋지 않다. 이정후는 점수를 내줘야 하는 타자”라고 실망스러워했다. 그러나 이정후의 번트 시도는 뭐든 해서라도 출루해보려는, 어느 때보다 강력한 부진 탈출 의지였다. 이정후는 이날 번트 아웃 바로 다음 타석에서 깨끗한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침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틀 연속 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한 이정후는 14일 팀 4연패 탈출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때렸다. 상대 투수가 2사 2루에서 앞 타자 엘리오트 라모스를 고의4구로 거르고 이정후와 승부를 선택한 타석이었다. 이정후는 홈런으로 응징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팬클럽 ‘후리건스’가 일제히 일어나 환호했다. 이날 ‘한국문화유산의밤’ 행사를 맞아 오러클파크를 찾은 한인 팬들도 함께 열광했다. 자신을 위해 진행된 행사의 날에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그리고 이정후는 15일까지 연이틀 홈런을 터뜨리며 침체 극복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4번 타자의 기습 번트라는 ‘처절한’ 시도를 했고, 상대 투수가 앞 타자를 고의4구로 거르는 ‘굴욕’도 경험했다. 부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던 시점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홈 팬들 앞에서 때렸다. 홈런 치기 가장 어려운 구장에서 가장 부진하던 중에 이틀 연속 홈런을 때려냈다.
이정후는 시즌 초 뉴욕 양키스 원정 3연전에서 3홈런 대활약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가 오랜 시간 찾아헤맨 슈퍼스타가 드디어 등장했다는 찬사도 이어졌다.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기대치는 한층 더 높아졌다. 슬럼프조차 극적으로 이겨내는 것, 그 또한 슈퍼스타가 갖춰야 할 조건이기 때문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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