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와 시도] 국립발레단 거쳐 전 세계 돌고 고향으로…부산 발레 현재이자 미래
- 부산예고 나와서 한예종 입학
- 날고 기는 영재들 틈 실력 키워
- 국립발레단 2년 반 활동한 뒤
- 세계적 권위 홍콩발레단 거쳐
- 에스토니아 국립 발레단 입단
- 패션모델로도 활약하다 귀향
- 지역 춤판 신선한 자극 불어넣어
발레리노 이주호(33·부산아이디발레단 대표)는 3년 전 부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컨템퍼러리 발레(Contemporary Ballet) 영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운을 일으켰다. 발레 대중화·발레인 양성 노력도 한다. 지난달 열린 제34회 부산무용제에서 그가 이끈 부산아이디발레단이 ‘철근 위의 백조(안무 이주호)’로 우승했다. 그의 등장은 부산 춤의 현장에 자극과 활력을 선사했다.

오는 9월 대전에서 열리는 제34회 전국무용제에 부산 대표로 참가하는 등 밀려드는 일정 속에 바쁘게 지내는 그를 지난 11일 부산 수영구 광안동 아이디발레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인터뷰를 마치니 세 시간이 흘러 있었다. 발레에 관해서라면, 그는 밤새 이야기할 듯했다.
“부산이 고향입니다. 수영초등·동수영중학교 다닐 때 운동을 잘했습니다.” 소년은 축구광이었고, 야구부 감독이 탐냈을 만큼 야구 쪽도 재능을 보였으며, 아이스하키를 취미로 배워 소년체전에 나갔다. 발레는? 아예 몰랐다. “중학교 때 부산예술고등학교 발레 담당 이화성 선생님을 만난 일이 계기가 돼” 그는 급격히 진로를 틀고 부산예고에 입학한다. 그러나 방황한다. “저 혼자 초보였고 저 혼자 남자였죠. 모두 여학생이고, 어릴 때부터 발레를 익혀 기량이 뛰어났어요.”
이렇게 찾아온 위기 때 그는 자기 장점을 발견한다. 바로 “어마어마하게 강한 승리욕”이다. “지기 싫고 이기고 싶고 관심받고 싶은 마음도 컸죠.” 발레를 정말로 좋아하고 잘해서 부산예고로 전학 온 남학생 2명과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기량이 크게 발전했고 경쟁률이 무시무시해 그토록 들어가기 어렵다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2011년 입학한다. 근데 한예종에 들어가 보니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나’ 싶을 만큼 자기보다 엄청나게 춤들을 잘 추더란다. 승리욕이 또 발동했다.

기본기를 익히고자 학부 수업뿐 아니라 나이 어린 꿈나무들이 배우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수업도 전부 들었다. “영국 로열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전준혁 씨가 그때 영재원에 다녔어요. 어느 날 제게 물었습니다. 형은 학교에서 수업을 안 들어요? 왜 맨날 우리 수업에 오세요?” 그때 그는 한예종과 영재원 수업을 다 듣고 있었다. 프랑스 그라스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1등 없는 2등이라는 성과를 거둬 병역 혜택을 받은 그는 2015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그 뒤로도 도전했고, 과감하게 불안정을 택하며, 새로움을 모색했다. 2년 반 활동한 국립을 떠나 국제화 수준이 높고 권위 있는 홍콩발레단에서 2년 반 활약했다. 28세 때 그는 또 도전한다. 에스토니아 국립 바네무이네 오페라 발레에 들어간다. 이 선택은 또 다른 문을 열어줬다. 패션 모델 활동이다. 그는 에스토니아 한 에이전시 소속이다. 올해 2월 메르세데스-벤츠 뉴 CLA 쿠페 광고 사진을 촬영했다. 보그, 릭오웬스, 보테가 베네타, 므아므 등 많은 브랜드와 작업했고 파리·밀라노·뉴욕·탈린·서울패션위크 등의 런웨이에 섰다. 넷플릭스 ‘살인자 O난감’에는 무용수로 나왔다.
그렇게 돌고 돌아 그가 와 있는 곳은 고향 부산이며, 부산 춤 예술의 최전선이다. 그는 부산 발레와 춤의 상황에서 가능성도 본다고 했다. “2023년 제26회 한국발레협회 창작신인안무가전에서 저는 오로지 부산 춤꾼만 출연한 작품으로 우수안무가상(2등상)을 받았습니다. 이 기억이 강렬하하고, 가능성을 봅니다.” 이어 그는 “어마어마한 수련을 하고도 성취를 보장할 수 없는 클래식 발레와 달리, 제가 에스토니아에서 접한 드라마 발레 등을 활용한다면 현재의 취미 발레 붐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부산예고, 창원대, 부산대에서 발레를 가르치며 최근 부산대 무용학과 대학원에서 ‘경계선지능 청소년 학부모의 무용교육에 대한 인식 및 요구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 준비에 들어갔다. 그는 도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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