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총성 멎지 않는 리비아, 고통은 언제나 국민 몫

박영서 2025. 5. 1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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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한 검문소를 서부 통합정부(GNU) 군이 지키고 있습니다. EPA 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서부 통합정부(GNU)가 전투 종식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또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 시가전 양상까지 띤 이번 전투는 리비아의 불안정한 정치 구조가 여전히 극복되지 못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런 상황에서 평범한 리비아 국민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14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항구를 포함한 트리폴리 주요 지역에서 양대 민병대인 라다와 444여단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주거 지역에서 간헐적으로 경·중화기를 동원한 도시전이 벌어진 것이죠. 이날 전투에 대한 공식적인 사상자 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리비아 적신월사는 트리폴리의 주요 거리에서 시신 한 구를 수습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세력은 각각 서부 통합정부와 느슨하게 연결된 무장조직입니다. 444여단은 압둘하미드 드베이바 서부 통합정부 총리, 국방부와 연합한 민병대입니다. 라다는 총리와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충돌의 직접적인 계기는 이틀 전 벌어진 피살 사건입니다. 지난 12일 밤 라다와 연대하는 또 다른 민병대 SSA의 압둘가니 키클리 사령관이 444여단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즉시 보복이 시작되면서 그날 밤 트리폴리 곳곳에서 중화기 사격과 폭발음이 터졌고, 리비아 적신월사에 따르면 최소 6명이 사망했습니다.

이후 전투 종식이 선언되면서 회복될 것으로 보였던 평화는 하루 만에 다시 붕괴됐습니다. 유엔 리비아지원단(UNSMIL)은 즉시 성명을 내 "인구 밀집 지역에서의 무력 충돌은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휴전을 다시 촉구했습니다.

리비아 무력 충돌의 배경에는 국가 분열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2011년, 이른바 '아랍의 봄' 혁명이 북아프리카 전역을 휩쓸었고, 그 여파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했지요. 그러나 안정과 민주주의가 찾아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리비아는 중앙 통제의 부재로 사실상 두 개의 정부가 병존하는 분단 국가 상태가 됐습니다.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이후 리비아는 사실상 동서로 갈라졌습니다. 서부에는 유엔이 인정한 서부 통합정부가, 동부에는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이 이끄는 리비아국민군(LNA)이 지지하는 국가안정정부(GNS)가 들어섰지요. 동부는 국가안정정부가 최근 10년간 통제력을 공고히 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서부는 여러 민병대가 정부군에 편입된 탓에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민병대간 충돌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외세 개입도 리비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러시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등이 두 세력들에게 정치적·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리비아 석유 자원과 항구, 안보지대에 대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외국 세력들의 지속적인 개입과 영향력 행사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자유와 평화를 꿈꿨던 리비아 국민들에 돌아온 것은 끝없는 혼란과 불안 뿐입니다. 석유 수출 외에 마땅한 산업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내전은 생계와 고용을 붕괴시키고 빈곤층을 급증시켰습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가장 큰 상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절망감입니다.

리비아 안정과 통합을 위해서는 동서 간 정치적 대화, 외세 개입 축소, 민간 통치 기반 확립이 동시에 추진돼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는 거리가 멀지요. 유엔이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리비아는 여전히 내전에 가까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혼란과 민병대 간 충돌로 국민들은 계속해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정파적 이익보다 국민 안녕을 우선하는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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