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칼럼] 대선 정국에서 건국 정신을 소환한다

2025. 5. 1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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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다시 선거철이다.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중도 진영의 표심을 붙잡기 위한 막판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정책과 노선 경쟁은 실종 상태이고, 서로 인맥 붙들기에 여념이 없다. 하나라도 더 기존 정치인들의 참여와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무한전쟁이다. 정치파벌 간의 합종연횡을 통한 파벌정치 양상이 극심하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좌·우, 보수·진보 간의 이념 및 진영 논리의 갈등은 1940년대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서 벌어진 그것과 유사하다. 70여 년 전의 한국 사회는 좌·우 노선 대립의 사회였고, 미·소 각축전이 벌어지는 대상이었다. 우리의 건국 정신에는 한반도에 반드시 자유 민주주의 독립국가를 건설해야겠다는 비전이 있었다. 미 군정과 좌파가 주장하는 미·소 협력을 통한 신탁통치는 결국 공산주의 세력의 승리로 끝나게 되어있기에 절대적으로 이를 막아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아울러 일부 민족진영 인사들이 추진한 남북한 연합정부 수립은 결국 북한의 술수를 막을 길이 없기에 한반도 공산화로 가는 길이었다. 따라서 건국 정신을 이끈 이승만 박사는 대내적으로는 좌파·민족 진영과 싸우고 대외적으로는 미·소 협력 체제를 뒤엎는 두 개의 투쟁을 동시에 진행해야 했다. 이 박사는 매주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민 반공교육을 실시하고, 미 군정의 극단적 조치에 맞서 국민 총파업을 호소해 민중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워싱턴의 지인들을 활용해 미국 언론과 여론에 한반도 실상을 알리고 직접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 고위층과 언론인들에 호소하기도 했다.

철저한 실리 국익 외교와 실용주의적 국내 정치를 동시에 펼침으로써 반대세력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워싱턴의 여론마저 움직여나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미·소 팽창정책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트루먼 독트린으로 전환하게 되었고, 대내적으로 자유와 권력분립 원칙에 대한 범국민적 인식을 바탕으로 자유 대한민국이 마침내 건국될 수 있었다.

건국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자유 민주국가 수립을 요구하고 이에 배치되는 어떠한 방안에도 비타협적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국가 목표를 최우선시하지 않는 국내 정치세력을 견제하며, 비전과 카리스마로 여론을 조성하여 정치적 의사결정에 반영시켜 나가는 과정이라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건국 정신의 요체가 바로 지금 필요하다. 중국이 태평양지역 영향력을 대폭 확대해 미국과 신형 대국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미 트럼프 외교노선의 핵심은 대가만 주어진다면 어떠한 세력과 어떠한 내용의 빅딜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외세에 의해 조종당하거나, 이와 협력하며 특정 이념이나 사회계급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겉으로는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포장하는 정치세력들의 각축장이 지금의 한국 정치라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격동의 시대를 헤쳐 나간 건국 정신을 재조명해, 이념 대립과 외세의 개입을 극복해나가는 미래 건설을 위한 교훈을 도출해야 한다.

한국 정치권이 해야할 역사적 사명은 우리 사회의 이념적 혼란과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건국 정신에 깃든 대한민국 건설의 기본 토대를 도출해 진정한 선진미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에서 소환된 시대 정신도 결국 자유 대한민국의 건국 정신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무너뜨리거나 경제적 번영 자체가 목적인 무원칙적 경제 번영이 아니라, 뚜렷한 원칙에 입각해 장기적으로 국가를 발전시키는 '원칙 번영'(principled growth) 시대를 개막해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실용적 접근방식을 수립하고 공직선거를 비롯한 공공부문 각종 경쟁에서 외세의 개입을 차단하여 공정투명한 경쟁원칙도 시스템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념적 논쟁의 악순환과 사회적 도그마를 극복하고 진실 가치를 중시하는 선진의식도 확립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자유 민주국가 재건을 요구하고, 이에 배치되는 어떠한 방안에도 비타협적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국가 목표를 최우선시하지 않는 국내 정치세력을 견제하며, 비전과 카리스마로 여론을 조성하여 정치적 의사 결정에 반영시켜 나가는 정치 지도자와 그 세력의 출현을 또 다시 절실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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