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do감] 발과 부리로 물회오리 일으켜 새우 잡는 홍학
얕은 물가에서 먹이를 찾는 홍학이 발과 부리를 이용해 물속에 회오리를 만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홍학은 소용돌이치는 물의 흐름을 만들어 소금물새우 같은 작은 동물들을 입속으로 끌어들였다.
빅토르 오르테가-히메네즈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통합생물학과 교수팀은 미국 조지아공과대 연구팀과 함께 홍학이 물속에 있는 먹이를 잡을 때 일어나는 물의 흐름을 분석하고 연구결과를 1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공개했다.
홍학은 보통 얕은 호수 바닥을 따라 L자로 꺾인 평평한 부리를 앞으로 끌면서 먹이를 잡는다. 연구팀은 홍학이 먹이를 잡을 때 수면 아래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동물원에 사는 칠레홍학(학명 Phoenicopterus chilensis)이 커다란 수조에서 먹이를 먹는 모습을 촬영하면서 물속 거품을 레이저로 비춰 물의 흐름을 정밀하게 관찰했다. 또 홍학의 부리와 발을 3D프린터로 정교하게 모델링해 홍학이 먹이를 먹을 때 부리를 두드리는 동작을 재현하고 물의 흐름을 파악했다.
분석 결과 홍학의 먹이 사냥은 발에서 시작됐다. 홍학의 유연한 발이 바닥을 휘저어 물의 흐름을 일으킨 뒤 부리를 위쪽으로 빠르게 들어 올리면 상승하는 작은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면서 바닥의 퇴적물이 위로 쓸려 올라왔다. 홍학이 머리를 위로 들어 올리는 속도는 초속 40센티미터다.

홍학은 부리를 1초에 약 12번 부딪치며 소용돌이 근처에 또 다른 물의 흐름을 만들었다. 바닥에서 떠오른 퇴적물과 먹이를 홍학의 입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새우나 먹이가 아닌 퇴적물은 홍학 입속에 있는 필터 기관에서 걸러진다. 홍학 부리를 3D프린터로 모사해 실험한 결과 부리를 두드리면 빨아들이는 소금물새우의 수가 7배나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거미가 곤충을 잡기 위해 거미줄을 만드는 것처럼 홍학도 동물, 특히 소금물새우를 잡기 위해 회오리를 활용한다"며 "홍학이 입속 필터를 사용해 수동적으로 먹이를 섭취한다는 기존 생각과 달리 적극적으로 먹이를 잡는 포식자라는 연구결과"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73/pnas.2503495122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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