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아빠”, 30년 넘게 오토바이 수리 한 길…마지막까지 베푼 선물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30년 넘게 오토바이 가게를 운영하신 우리 동네 ‘맥가이버’.”

어린 시절 꿈은 오토바이 선수였다. 그 대신 택한 게 바로 오토바이 가게. 그렇게 30년을 일했다.

방역 봉사, 방범 봉사, 도배, 장판까지. 쉬는 날까지 봉사에 아낌없이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 장기기증으로 2명 생명을 살리고 마지막 베풂을 선사헀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3월 24일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에서 신길승(59)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2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 조직기증으로 백여 명 환자의 기능적 장애 회복에 기여했다고 15일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7일 집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가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간장을 기증했으며, 피부, 뼈, 연골, 혈관 등의 인체조직도 함께 기증했다.

평소 신 씨는 가족들에게 “뇌사가 된다면 삶의 끝에서 누군가를 살리는 좋을 일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었고, 유족들은 늘 어려운 사람을 돕고 마지막 순간에도 좋은 베풂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부산광역시에서 태어난 신 씨는 어린 시절 오토바이 선수가 꿈이었다. 그 꿈은 30년 넘게 오토바이 가게를 운영하는 삶으로 이어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리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오토바이 수리 공부와 봉사를 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수영 후 출근하고, 퇴근 후나 쉬는 날엔 봉사에 나섰다. 지역 내 청년회장, 방역 봉사, 방범 봉사, 이웃 주민을 위한 도배, 장판 봉사 등이다.

감사장이나 표창장도 다수 수상할 만큼 봉사에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면서도 집안 곳곳에 그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을 만큼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아버지, 갑자기 떠나보내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프지만 아버지가 좋은 일을 하고 떠나셨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운 마음이에요. 하늘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잘 지내세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