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경 변호사가 알려주는 법] 지적불부합지에서 토지 경계 확정 기준

허남이 기자 2025. 5. 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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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도와 현실의 경계가 어긋나는 이유
우리나라에는 지적도와 실제 토지의 경계가 맞지 않는 '지적불부합지'가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나 측량 실수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토지조사사업의 기술적 한계, 해방 이후 농지개혁과 전쟁 중 지적자료 소실, 그리고 이후 잘못된 복구와 축척 차이 등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지적불부합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과 지도의 간극을 확대 시키며, 재산권 분쟁의 씨앗이 되어왔다. 이웃 간 담장 하나를 두고 수십 년 간 이어진 법적 소유권 문제가 충돌하면서, 토지 경계 분쟁은 민사소송의 단골 주제가 되었다.

원칙은 지적도를 기준으로 하는 대법원의 입장
2023년 대법원은 전북 익산의 지적불부합지를 둘러싼 경계 분쟁에서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토지의 경계는 원칙적으로 지적도에 따라 확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과 민법 제212조에서 정한 바에 따른 것으로, 지적도에 1필의 토지로 등록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등록 자체로써 경계를 특정한다는 것이다. 즉, 법적으로 인정되는 경계는 현실의 담장도, 도로도 아닌 종이 위의 선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법원 2010.10.14.선고 2010다37059판결은 '어떤 특정한 토지가 지적공부에 의하여 일필의 토지로 등록이 되었다면 그 토지의 소재,지번,지목,지적 및 경계는,최초의 지적도상의 경계와 현실의 경계가 일치하였는데 그 후 본래의 지적도의 멸실 등으로 복구,재조제 된 새 지적도의 경계가 잘못되었다거나 현실의 경계를 정한 후 이에 따라 지적도상의 경계를 정함에 있어서 기초점을 잘못 선택하는 등 기술적 착오로 말미암아 지적도상의 경계선이 진실한 경계선과 다르게 작성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등록으로써 확정되므로 각 토지의 경계는 지적공부인 지적도상의 경계에 따라야 한다.

나아가 계쟁 토지가 그 일대의 지적도상의 경계와 현실의 경계가 연속적으로 일치하지 아니하는 지적불부합지라는 사정만으로는 당초 지적도가 위와 같은 착오로 잘못 작성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지적불부합지라는 사정만으로 지적도상의 경계가 아닌 실제의 경계에 따라 토지의 경계를 확정하여야 한다고 본 원심 판결을 파기'한 사례이다.

전세경 변호사/사진제공=로투마니(Lotumani)법률그룹

예외적으로 현실의 경계에 따르는 경우
지적도를 작성할 당시 기준점 선택의 착오나, 분할 과정에서 기술적 오류가 있었고, 그 결과 경계가 진실과 다르게 표시되었다는 것이 명백히 입증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현실의 경계에 따를 수 있다. 나아가 지적도가 지형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 예컨대 하천·구거 등 자연물의 위치를 무시한 경우에는 현실 경계를 우선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단순히 "실제로 그렇게 사용해 왔다"는 점이나 "담장이 오래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원은 과거의 임야도, 등록전환 전의 측량 도면, 도근점 자료, 인접 토지와의 측량 일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고 본다.

지적불부합지는 행정과 사법의 충돌지대
지적불부합지는 법원의 판단 이전에 행정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일단 지적공부와 현실이 일치하지 않으면 토지이동 정리나 개발행위가 제한되고, 소유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측량조차 진행할 수 없다. 지적소관청은 경계 정정 신청을 받을 수 있지만, 이는 인접 토지 소유자의 동의 없이는 어렵다. 결국 지적불부합지에서의 경계 확정은 대부분 법원에서 판단하게 되며,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적재조사사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해법이지만, 예산 부족과 주민 간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대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실적인 구제 수단
현재로서는 지적도와 현실 경계 사이의 불일치를 스스로 점검하고, 필요 시 등록사항 정정이나 측량 의뢰를 통해 사전적으로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토지를 거래하거나 상속받는 경우에도 등기부등본만이 아니라 지적도, 경계복원측량, 지적확인서 등의 공적장부를 함께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경계 다툼이 발생 했을 경우에는 감정적 대립보다는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중립적인 기준에 따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법은 원칙적으로 지적도에 기초하여 판단하고 있으며, 현실 경계를 주장하기 위해선 입증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지적불부합지는 단지 도면의 오류가 아니라, 제도와 현실 사이의 불일치가 만들어낸 사회적 문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뿌리 깊은 분쟁으로 확대된다. 법은 지도 위에 그어진 선에서 출발한다. 아무리 현실의 담장이 오래되었고 사용의 역사가 길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법적 소유권을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눈 앞에 토지의 경계가 분명하게 존재 함에도 관념의 도면 위의 선이 이와 맞지 않을 경우 정당한 선을 현실화 시키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어려울 수 있다. /글 로투마니(Lotumani)법률그룹 전세경 변호사

허남이 기자 nyhe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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