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우회수출 '뒷문' 베트남…원산지 세탁 막힐까
인니·말레이시아·태국도 중국산 우회수출 논란
美 압박 속 中눈치보며 실리 챙기려 안간힘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중국이 90일 동안 관세 인하에 합의하면서 무역전쟁이 일시 소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중국산 제품의 우회수출 통로(backdoor) 역할을 해온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베트남·인니·말레이·태국, 中제품 우회수출 논란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대(對)동남아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20% 이상 급증했다. 주요 국가별로는 베트남에 대한 수출이 22.96% 증가했고, 태국(28.11%)과 말레이시아(14.58%)에 대한 선적도 크게 늘었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수출은 무려 37.5% 급증했다.
같은 달 중국 수출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차지하는 비중도 19.12%를 차지했다. 수출품 5개 중 1개는 동남아를 향한 셈이다. 중국 수출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월 15.7%에서, 2월 16.83%, 3월 18.79% 등 지속 확대하는 추세다. 반면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1월 14.72%에서 2월 12.91%, 3월 12.76%, 4월 10.46%로 계속 축소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45%로 끌어올린 영향이다. 중국에서 제작된 상품이라도 동남아 국가들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면 동남아산으로 둔갑한다. 이른바 ‘원산지 세탁’이다. 중간 지점(동남아 항구)에서 화물을 옮겨 싣는 ‘환적’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분간은 우회수출이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이 일시적으로 대중 관세를 30%로 낮췄지만, 동남아 국가들에 적용 중인 기본 관세 10%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아서다. 미국은 지난달 9일부터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 간 유예하고 이 기간 동안엔 기본 관세만 부과키로 했다.
상호관세 유예 기간은 7월 7일 종료된다.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베트남(46%), 인도네시아(32%), 태국(36%), 말레이시아(24%)에 대한 상호관세는 7월 8일 부활한다는 얘기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중순부터, 태국은 지난달 말부터 미국과 무역협상을 개시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6일 협상을 시작했다. 미국은 동남아 국가들에 중국산 부품·원재료 비중 축소와 더불어, 중국산 상품의 수출 경로를 ‘직접’ 차단하라며 엄격한 원산지 규정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의 샤론 세아 아세안 센터장은 “동남아는 지금 세계 그 어느 지역보다 미국의 압박을 크게 받고 있다”고 짚었다. 동남아 국가의 한 고위관계자도 “미국은 어떤 나라도 ‘무임승차’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원산지 규정이 미 협상의 핵심 쟁점”이라고 전했다.
美 압박 속 中눈치보며 실리 챙기려 안간힘
가장 큰 압박에 노출된 국가는 베트남이다. 중국, 멕시코에 이어 미국과의 무역 흑자가 세 번째로 크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트럼프 1기 때부터 중국 내 생산기지 이전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혔다.
이에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미국이 관세 협상에서 트랜스십먼트(환적)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베트남 정부는 불법 우회수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무역부는 지난달 15일 ‘메이드 인 베트남’ 인증 발급 및 수입품 심사 강화 지침을 내렸다.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중국산 우회수출 단속을 약속했다.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비관세 장벽 완화 등 다양한 양보안을 제시하며 관세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최대 무역·투자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동남아 각국이 실리와 안보, 주권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산업에서는 양자택일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FT는 “동남아 공급망은 중국과 긴밀히 연결돼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특히 베트남의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30%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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