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맞서 ‘허리띠 졸라매기’···하버드대 총장, 급여 25% 자진 삭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대학 길들이기’에 맞선 뒤 연방정부 보조금이 중단된 미 하버드대 총장이 자신의 급여 25%를 삭감하기로 했다. 트럼프 정부와 하버드대 간 갈등이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하버드대는 장기전에 대비하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2026년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7월부터 앨런 가버 총장의 급여가 25% 삭감된다고 밝혔다.
가버 총장의 정확한 연봉 수준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하버드대 전임 총장들은 약 100만달러(약 14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아왔다. 가버 총장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아왔다면, 다음 회계연도엔 약 25만달러(약 3억5000만원)를 덜 받게 된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보조금 동결 조치에 따라 하버드대에 재정적 타격이 가해진 상황에서 총장이 고통을 분담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하버드대가 ‘반유대주의’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 학술 프로그램 개편을 비롯해 교수 임용 및 학생 선발을 정부가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하버드대에 요구했다. 하버드대가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거부하자, 트럼프 정부는 총 26억달러(약 3조6400억원)에 달하는 연구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하버드대 교내 신문인 하버드크림슨은 “보조금 삭감 규모에 비춰보면 총장의 급여 삭감은 상징적인 성격을 띠지만, 학교의 재정적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분담하겠다는 제스처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 종신 교수 90여명도 자발적으로 급여 10% 삭감을 학교 측에 제안했다.
하버드대는 이 밖에도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교직원에 대한 성과급 인상을 보류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재정적 타격이 큰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은 박사과정 학생 정원과 셔틀버스 운행 감축, 새 컴퓨터 구매 제한 등 긴축 조치를 시행 중이다.
하버드대는 또 중단된 보조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음 회계연도에 최소 2억5000만달러(약 35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대학 측은 중단된 보조금 전액을 메울 순 없겠지만, 중요한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 자원을 동원하고 추가 자금원을 모색하기로 했다. 하버드대는 약 530억달러(약 74조원)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용도 제한 탓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대와 트럼프 정부 사이 격화한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하버드대에 여러 해에 걸쳐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 22억달러(약 3조원)를 취소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도 추가로 4억5000만달러(약 6300억원)를 삭감하기로 했다. 하버드대가 보조금 중단 조치를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지난달 제기한 소송은 오는 7월 첫 재판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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