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런닝맨 촬영팀" 명함 사진까지... 노래주점서 390만 원 뜯어낸 '노쇼 사기'
고급 위스키 3병 '대리 주문' 요구 후
"촬영 길어진다" 핑계 대면서 '노쇼'
입금했던 위스키 업체 대표도 잠적

최근 연예인 소속사나 방송사 촬영팀을 사칭한 '노쇼'(no-show·예약 부도) 사기가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는 가운데, SBS 유명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제작진을 도용한 동일 유형 범죄까지 발생했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전날 런닝맨 촬영 PD를 사칭해 한 노래주점 업주에게 고가의 위스키 비용을 입금하도록 한 뒤 잠적해 버린 용의자 A씨에 대한 내사(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경기 수원 인계동에서 노래타운을 운영하는 점주 B씨 측은 지난 13일 오후 7시쯤 '런닝맨 촬영팀'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남성 A씨의 연락을 받았다. A씨는 명함을 보여 주며 '2시간 뒤 촬영팀 30명가량이 노래주점으로 회식하러 오겠다'며 예약을 했고, B씨도 이를 받아들였다.
"평소 거래하던 위스키 업체 있으니 거기에 주문을"

이후 노래주점 측은 A씨로부터 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A씨는 "고위 관계자들도 오는데 고급 위스키 3병을 준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주점에는 해당 위스키가 없었던 탓에, B씨는 주변 마트까지 가서 이를 구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그러자 A씨는 "꼭 있어야 한다. 우리가 평소에 주문하는 위스키 업체가 있으니 거기에 의뢰를 해 보라"고 요구했다. 이어 위스키 업체 대표 C씨의 명함 사진을 보냈다. C씨 회사는 온라인 검색 시 쉽게 노출되는 업체였다. 의심하기란 쉽지 않았다.
A씨는 "위스키 업체에 주문해 놓으면, 우리가 노래방을 방문했을 때 현금으로 위스키 대금을 드리겠다"고 B씨에게 전했다. 이에 B씨는 C씨와 통화한 뒤, 위스키 3병과 배달 비용을 합쳐 390만 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이후 A씨는 B씨에게 '촬영이 길어져 방문하기 어렵다'는 문자만 남기고 연락 두절 상태가 됐다. '회식 취소'라는 낭패를 당한 B씨는 C씨에게 위스키 대금 환불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통하지 않았다. C씨도 잠적해 버린 것이다.
'사기'임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B씨는 해당 위스키 업체 대표의 실제 이름 및 전화번호가 '명함 사진' 속 C씨와는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위스키 대금을 입금한 계좌 명의도 C씨 이름과 동일하지 않았다. '노쇼' 사기 피해 사실을 인지한 B씨는 14일 경찰서를 방문해 A, C씨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런닝맨 제작진 "사칭 범죄 인지... 유의 부탁"
런닝맨 제작진은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제작진을 사칭해 고급 주류에 대한 대량 배송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런닝맨 제작진은 어떠한 경우에도 주류 배송을 요구하지 않으며, 제작진 사칭으로 의심되는 연락을 받으셨을 경우 절대 응하지 마시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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