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주도 기회 남아있다…향후 3~5년이 골든타임” [SFF 인터뷰]

오유진 기자 2025. 5.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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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지브 비스와스 아-태 이코노믹스(APE) 대표
“AI, 한국 저성장·고령화 해결에도 동력 될 것”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기업 간 경쟁으로 시작된 글로벌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이 국가 간 패권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AI 기술의 양대 산맥인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유럽·일본·한국 등이 AI 주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IHS마킷, S&P글로벌 등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를 분석해 온 라지브 비스와스 아-태 이코노믹스 대표는 AI 패권 전쟁에 참전한 한국에 대한 진단을 내놓았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뒤처져 있지만, AI 선도국으로 도약할 잠재력이 있는 국가"라며 "향후 3~5년간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 데이터센터 구축, 인재 풀 확보를 통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라지브 비스와스 아-태 이코노믹스 대표 ⓒ라지브 비스와스 제공

AI 영역에서 한국의 위치를 평가한다면.

"한국은 지난 50년 동안 반도체, 스마트폰 등 IT 하드웨어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해 왔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핵심 요소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칩을 개발하면서 AI 반도체의 핵심 플레이어가 됐다. 그러나 생성형 AI, AI 인프라 등 AI 혁명 속도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비해 다소 뒤처진 것이 현실이다. 특히 미국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와 AMD가 주도하는 AI GPU 기술과 비교하면 한국의 AI 반도체는 상당히 취약하다. 생성형 AI 기술 또한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인프라 분야에서도 한국은 세계 주요국으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

"미국과 중국이 구축한 AI 생태계는 갈수록 다른 국가들의 추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AI 연구개발(R&D) 투자 및 혁신을, 중국은 공공 주도로 이같은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한국은 결국 이들과 정면 승부를 피할 수 없다. 다만 한국 정부가 AI 생태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고, 한국에도 AI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업이 있기 때문에 아직 기회의 창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전 세계 대부분 국가는 AI 선도국에 속할 가능성이 작지만, 한국은 여전히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한국이 AI 리더로 부상할 수 있는 기간은 향후 3~5년 정도로 매우 짧다."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AI 분야는.

"한국은 첨단 AI 기술을 활용해 국방, 양자컴퓨팅, 자율주행차, 반도체 등 많은 사업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어 미사일 기술의 경우, AI는 방어 및 공격용 극초음속 미사일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기반이 된다. 이 기술은 국방 AI의 기초 수준이지만, 이를 보유한 나라는 극히 드물다.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정부, 대학, 연구기관, 민간 기업 간 파트너십을 만들어 일종의 '국제 AI 센터'를 세우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장학금과 연구 보조금 등 강력한 재정 지원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고, 한국이 AI 분야의 국제 인재 허브로 자리 잡아야 한다."

늘어나는 전력 소비를 감당할 만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도 떠오르고 있다.

"AI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이 필수다. 현재 세계 유수의 데이터센터 기업들은 주로 미국, 중국, 서유럽, 일본 등지에 있는데, 한국 또한 이 시장에서 선두 주자가 되어야 한다. LG CNS, 네이버 등 한국 기업들은 충분히 시장을 주도할 능력이 있는 회사들이다.

특히 한국 정부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촉진해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전력망으로 충당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전력망 붕괴 사태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팹(공장)을 위한 안정적인 전력망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타 국가와의 협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I 분야에서의 초국가적 협력은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만큼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그러나 동맹국과 함께 군사 분야에서 AI를 개발하는 등 초국가적 협력이 가능한 분야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이 AI 인프라 개발을 위해 진행 중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미국 기업인 오라클과 오픈AI, 아랍에미리트의 MGX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투자해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한국과 한국 기업들 또한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해 합작 투자를 유치하는 등 국제적 파트너와 협력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현재 LG CNS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건설 중인 신규 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 정부가 참고할 만한 해외 정책이 있다면.

"현재 AI 시장은 중국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두 나라의 정책을 참고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은 정책 접근 방식이 매우 다르다. 중국은 정부와 국영 기업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접근하는 반면, 미국은 다국적 민간 기업이 AI 기술 개발을 이끌어가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정책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접근법을 따를 수 있다. 정부 투자를 통해 AI 혁신과 R&D를 촉진하는 동시에,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첨단 AI 센터를 만드는 방식이다. 중국과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대규모 정부 투자, AI 인재 풀 확보, AI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 구축 등에서 강력한 정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변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국제적인 인재 풀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AI 최고 연구 인력의 50%를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과 서유럽은 각각 20%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한국은 국내 인재 풀에 의존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글로벌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미국 정부의 이민 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는 것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미국은 수십 년간 대학과 연구소를 통해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는 개방형 모델로 글로벌 기술 혁신과 R&D를 주도해 왔다. 한국도 대학, 싱크탱크, 연구기관에 글로벌 AI 기술 인재를 유치한다면, AI 혁신과 R&D의 국제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

한국은 저성장·고령화 등 사회적 문제도 직면하고 있다.

"한국의 고령화는 지난 30년간 한국의 장기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점진적으로 둔화시켰다. 그러나 고령화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향후 20년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AI는 고령화된 한국 사회에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의료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경제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와 로봇을 다양한 산업 및 서비스 분야에 활용하면 인구 고령화는 물론 한국의 국제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AI는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삼성, LG, 한화, KAI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글로벌 입지를 다지기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AI는 향후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지난 12년 동안 진행돼 온 시사저널의 '컨퍼런스G'는 올해부터 '시사저널 미래 포럼(SFF·Sisajournal Future Forum)'으로 거듭납니다. 5월28일 열리는 이번 행사는 AI 기술 패권 시대의 거대한 전환 속에서 방산·반도체·데이터센터·글로벌 협력 등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한국 기업은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답을 찾아야 할까요. 포럼에 앞서 국내외 AI 선도 기업과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들여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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