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진탕 경험한 청장년층 “뇌출혈 발생 위험 2배 높아져” [건강한겨레]

한겨레 2025. 5. 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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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홈닥터: 건강한겨레-서울대병원 공동기획 17
가벼운 부상으로 넘길 수 없는 ‘뇌진탕’
외부 충격 탓 발생 ‘일시적 뇌 기능 부전’
레저 인구 늘며 청장년 발생률 증가세
발생 뒤 이틀까지 ‘응급상황’ 주의해야
2주 내 격렬 운동 땐 2차 뇌진탕 위험
뇌진탕을 가볍게 넘기면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의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 심하면 뇌졸중 등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뇌진탕은 외부 충격으로 발생하는 일시적인 뇌 기능 부전이다. 주로 교통사고나 스포츠로 인해 발생하며 충격뿐만 아니라 심각한 흔들림도 원인이 된다. 영유아가 뒤로 넘어지거나 학생들이 축구 중 헤딩을 할 때 등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 가능하고 최근 레저 인구가 증가하면서 청장년층 발생률도 늘고 있다. 이는 비교적 경미한 부상으로 간주되지만 가볍게 넘기면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의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 심하면 뇌졸중 등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뇌진탕의 증상과 주의사항을 충분히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진탕의 명백한 증상은 발생 후 30분 내외로 나타나는 의식 소실이다. 의식 소실이 없더라도 충격 전후 몇 분~몇 시간 동안의 기억 상실과 불면증도 흔하다. 두통, 구토, 어지럼증, 기억력·집중력 저하 등 일명 ‘뇌진탕증후군’이 동반될 수 있고, 전체 뇌진탕 환자 10명 중 1~2명은 이를 1년 이상 장기간 경험한다고 알려졌다.

응급실 방문이 필수적인 뇌진탕 후 증상들. 서울대병원 제공

또한 뇌가 놀라면 감정조절이나 신경 기능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짜증과 초조함이 늘거나, 눈 초점이 흐려지거나, 빛과 소리에 민감해지거나, 냄새나 맛이 잘 느껴지지 않거나, 이명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영유아는 잘 가리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것처럼 이미 숙달된 행동을 잊어버리거나, 울음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날카로워지거나, 수유를 거부하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뇌진탕의 진단은 동반 증상, 충격 및 상해 여부, 병력, 신체 검진 결과 등을 종합해서 이뤄진다. 구조적 이상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만으로는 진단이 어렵다. 진단 뒤 초기에는 뇌혈류 개선제, 근이완제, 진정제 등 증상에 맞는 약물치료를 즉각 한다. 이후 동반 증상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기분장애), 이비인후과(어지럼증) 등 다학제적 접근을 할 수 있다. 뇌진탕 증상이 장기화하는 것을 예방하려면 입원·요양 등만 강조하기보다는 외래 기반이라도 적절한 약물치료와 추가적인 의학적 검진을 제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뇌진탕은 보통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한 뒤 손상된 뇌구조와 혈관으로 인한 2차성 뇌출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진탕을 경험한 청장년층은 일반인보다 뇌출혈 발생 위험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비교적 건강한 성인이라도 뇌진탕 후에는 각별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참을 수 없는 구토 △언어 기능 이상 △보행 기능 이상 △시간·장소 인지 기능 이상 △경련 △팔다리 힘빠짐 등은 심한 뇌 기능 악화를 의미하므로, 이런 증상 중 하나라도 나타난다면 반드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뇌진탕 후 응급상황은 보통 이틀 이내로 드물게 발생한다. 따라서 이 기간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 좋다. 환자는 주변에 자신이 손상을 입었다고 반드시 이야기하면서 도움을 요청하고, 보호자는 환자의 호흡, 구토, 의식 수준을 관찰해야 한다. 특히 충격 부위에 혹(피하 혈종)이나 통증이 생긴 경우, 뇌 내 손상을 입었을 수 있어 이틀간 유심히 살펴야 한다. 혹과 통증은 수건으로 감싼 얼음팩을 이용해 한 번에 10분 이내로 가볍게 압박하면 도움이 되는데, 만약 두통약을 먹는데도 점점 심해지는 통증이 있다면 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좋다.

뇌진탕 후 하루에서 이틀은 가급적 휴식하면서 공부, 학업, 집중적 업무 등의 뇌 활동을 멈추는 것이 좋다. 쉴 때는 스마트폰, 티브이(TV) 시청, 컴퓨터, 게임 등 집중이 필요한 활동은 지양해야 한다. 일, 학교생활, 스포츠 등 일상생활에는 점진적으로 복귀해야 한다. 학생이라면 며칠간 오전 수업만 듣고, 직장인이라면 가급적 휴가를 내는 것이 권장된다. 만약 학업과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인지 기능 이상이 이어진다면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인지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본격적인 활동은 뇌진탕 후 이틀이 지나서부터 시작하되,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활동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특히 뇌진탕 후 2주 이내 격렬한 스포츠 활동을 다시 시작할 경우, 두 번째 뇌진탕 발생 위험이 매우 커 의료진의 지시를 준수해야 한다.

빠르고 바쁜 한국 사회에서는 뇌진탕 후 증상을 꾀병이나 예민함으로 취급하는 등, 아직 뇌진탕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병으로 보는 인식이 낮다. 또한 교통사고 후 뇌진탕에 대한 적절한 의학적 평가나 적극적 치료 없이 입원만으로 만족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작은 균열이 둑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뇌진탕을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하면 예기치 못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스포츠 활동 중 뇌진탕을 겪었다면 운동을 계속하기보다는 잠시 쉬면서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더욱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이자호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이자호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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