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개 DNA 의미 분석하는 AI 에이전트…‘100세 건강’ 시대 연다 [건강한겨레]

최지현 기자 2025. 5. 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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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스타트업 프리딕티브AI, 인간 유전자 전체 옮긴 ‘디지털 트윈’ 세계 최초 구현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형제가 주도
AI에 기반한 질병 예측 시스템 개발
미국·UAE·한국 등 글로벌 투자 유치
“한국 국가 건강검진사업 기여하고파”
지난 9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건강한겨레를 만난 윤사중 프리딕티브AI 대표(CEO). 프리딕티브AI는 올해 초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 조직인 ‘네이버 D2SF‘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 ‘딥테크 팁스‘로 선정돼 17억원의 투자금과 사무공간을 지원받고 있다. 프리딕티브AI 제공

의료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은 이제 낯선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는 크고 작은 부분에서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오히려 초점은 ‘이제는 AI로 무엇을 할 것이냐’의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인 쌍둥이 과학자가 설립한 기술 스타트업 ‘프리딕티브에이아이(AI)’는 세계 처음으로 인간 유전자 정보 전체를 디지털 세계에 옮겨 디지털 헬스케어 AI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100세 건강수명’을 지키는 질병 예방 AI 에이전트 개발이 목표다.

지난 9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건강한겨레를 만난 윤사중 프리딕티브AI 대표는 “AI가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CDSS)으로서 의사와 환자를 돕는다면 사회 전반의 건강도를 높일 수 있다”며 “자동차를 판매할 때 ‘10만㎞ 보증 프로그램’이 있는 것처럼 유전자 기반 의료 AI를 통해 더 높은 수준의 조기 진단과 선제적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해 100세 건강수명을 보장하는 보건 정책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딕티브AI가 개발한 유전자 기반 인간 디지털 트윈 솔루션 시스템 모습. 프리딕티브AI 제공

프리딕티브AI는 윤사중 대표와 그의 일란성쌍둥이 형제인 윤시중 최고과학책임자(CSO)가 설립한 의료AI 스타트업이다. 윤 대표는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생명정보학부 겸임교수, 윤 CSO는 같은 대학 간호대 연구교수도 함께 맡고 있다. 특히 윤 대표는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와 의학을 공부한 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디옥시리보핵산(DNA)을 분석하는 연구원으로 오래 재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표는 일찌감치 AI를 활용한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진료실 내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자동으로 기록하고 요약·분석하는 AI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했고 이후 여기에 환자 개인의 유전정보 분석까지 지원하는 AI 모델 개발에 매진했다.

“질병의 발생 원인은 크게 선천적(유전) 요인과 후천적(환경) 요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진료실에선 감염과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한 질병은 비교적 원인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지만, 유전적 요인이 주로 작용하는 질병은 진료실 현장에서 그 원인을 바로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시험에서 문제의 절반을 가려놓고 정답을 맞히라는 말과 같죠. 더욱 정밀하게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진료실에서 환자의 유전정보도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윤 대표 형제는 2만여 개의 사람 유전자와 그 유전자를 구성하는 30억 개의 DNA 정보를 디지털 세계로 옮겨 담은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구축했다. 조직이나 장기의 생체 정보, 인간 유전정보 일부분을 디지털화한 사례는 여럿 있지만, 개인의 유전정보 전체를 구현한 모델은 세계 최초라 국내외적으로 주목받는다. 보안적으로도 개인별로 30억 개 전체의 DNA 정보를 익명으로 암호화했기에 안전하고 임의로 조작하는 게 오히려 어렵다고 설명한다. 8년가량 걸린 이 작업으로 미국 구글과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VC) 플러그앤플레이벤처스, 드레이퍼 어소시에이츠, 아랍에미리트(UAE) 무바달라그룹, 한국의 네이버, 하나증권, 뮤어우즈벤처스 등의 투자와 지원을 받았다. 특히, 올해 초엔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 조직인 ‘네이버 D2SF‘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 ‘딥테크 팁스‘로 선정돼 17억원의 투자금과 사무공간을 지원받고 있다.

윤 대표는 “단순히 30억 개의 DNA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AI 학습을 통해 개인마다 달라지는 염기서열 순서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을 때 활용 가치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회사는 유전자 기반 디지털 트윈은 “유전정보 비교의 기준이 되는 표준 유전정보인 ‘레퍼런스 DNA’에 대비해 다른 염기서열이 발현될 때 나타나는 특질을 분석할 수 있는” AI 모델을 구축한 상태다. 이를 위해 2년여 동안 AI 모델이 관련 논문 등을 학습해 ‘근거 중심 의학’ 기반을 갖춰 정확도도 높였다.

이 결과, 개인 유전정보에 따라 치매나 암 등 2만2천여 가지의 질환 발병 위험도와 키 크는 약, 비만 치료제 등 220여 가지 약물의 개인별 민감도(적합도) 및 내성 가능성을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의사나 환자 등 사용자가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앱이나 웹 형태의 솔루션도 제공한다. 환자 개인에겐 조기 검진 및 식이·운동과 같은 생활습관 교정, 처방약 개선 및 다제약물 관리 등의 정밀의료 솔루션을, 기업이나 병원에는 진료 지원 및 임상시험과 관련한 실시간 시뮬레이션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 AI 에이전트’ 구축에도 나선다. 의료 AI 에이전트는 자율적인 추론 기능이 가능해야 임상 의사결정 판단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단순히 관련 정보를 취합해 답변하는 종전의 챗봇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윤 대표는 “우리 회사는 기술적으로 ‘의료 AI 에이전트’ 분야에서 가장 앞선 곳 중 하나”라고 자신한다. 이미 개인 유전정보에 대한 분석과 해석이 가능한데다 AI의 정보분석 오류를 피하기 위해 한 바구니에 모든 계란(정보)을 담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아닌 다수의 독립적인 ‘소규모 언어 모델’(SLM)을 선택한 것도 자신감의 근거다. 따라서 의료 AI 에이전트 개발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플랜도 준비됐다. 현재 개별 SLM에서 AI 에이전트 기능 구현에 착수한 상황인데, 앞으로 ‘의료 AI의 다학제 진료’와 같이 개별 모델이 상호협력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최종적으로 통합 AI 시스템인 ‘슈퍼 에이전트’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선 국가건강검진사업과 연계한 공공 의료AI 인프라 구축에 적극 기여하고자 한다. 특히 국가적으로 건강하게 장수한 이들의 유전정보를 기준으로 삼아 정밀의료·예측의료 AI 모델을 구축한다면 국민 전반의 건강수명 연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도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건강보험과 고도화된 의료데이터 인프라를 갖춘 국가로서, 의료 AI를 접목해 질병 예방 효과를 높인다면 사회 전반의 건강도를 높이면서도 국민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아 국가 의료보건 예산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단 전망이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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