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쉽게 이해할 문장으로"…법원 한글지킴이 '국어자문관'
'사법부 유일' 유승미 국어자문관 인터뷰
"한글, '자유·평등·정의' 대법원 핵심어"
대법, 올 가을 '세종 국제컨퍼런스' 준비도
[이데일리 최오현 백주아 기자] “한글은 대법원의 핵심어다. ‘자유’, ‘평등’, ‘정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은 백성을 사랑하는(愛民) 마음으로 글자를 모르던 백성에게 훈민정음이라는 ‘표현의 자유’를 주셨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은 법 앞에서 평등하게 자신을 알릴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나아가 법원에서는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어 음성학을 전공한 유 자문관은 국어책임관 제도에 따라 2023년 5월부터 대법원 국어자문관 일을 시작했다. 사법부 통틀어 유일한 국어자문관이다. 국어기본법 제10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공문서나 자료 등이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바른 우리말로 작성되도록 관리하는 국어책임관을 둬야 한다. 대법원 국어자문관이 되기 위해서는 국어국문학 등 관련 분야의 박사 학위와 관련 분야의 4년 이상 근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
유 자문관은 법관들의 다양한 문의사항에 자문을 제공하거나 일부 문구를 교열한다. 대법원장·대법관 연설문의 띄어쓰기 등 맞춤법을 퇴고하는 역할도 한다. 유 자문관은 지난해 7월 대법관 회의 결정을 통해 대법원의 ‘규칙과 예규’를 현 국어 실정에 맞게 교열하는 작업도 맡았다.
그는 “판결문은 법관의 고유한 권한이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은 물론 문체도 건드리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의미가 보다 명확히 전달되도록 문장을 분해하고 조사 등을 바꾸거나 띄어쓰기 등을 수정한다”고 했다.

이에 법제처는 2006년부터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쉽게 고치는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판결문에서 자주 쓰이는 한자어, 일본식 표현들을 순화하는 작업이다. 일본식 표현인 ‘선해(善解)하다’는 ‘좋게 해석하다’, ‘이해하다’ 등으로 바꾸고 ‘원심의 판단은 일응 수긍할 수 있다’ 등에 사용되는 ‘일응’은 ‘우선’, ‘일단’ 등으로 바꾸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판결문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이 상당하다’, ‘~에 반해’, ‘여부(與否)’, ‘~할 것이다’는 모두 우리 국어에 없는 번역투 문체다. ‘상당하다’는 ‘알맞다’로, 피해자 의사에 ‘반해’는 피해자 의사와 ‘다르게’로 수정하는 것이 맞다. ‘~할 것이다’는 불필요한 표현으로 최대한 사용을 지양하고 ‘여부’ 역시 ‘~인지 아닌지’로 수정하는 것이 옳다.
각급 법원의 많은 재판부들은 자체적으로 재판 당사자인 장애인, 청소년이 이해하기 쉬운 판결문을 쓰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대법원은 지난해 4월부터 민사, 가사, 소액 사건 중심으로 쉬운 판결서를 작성하는 ‘판결문 간이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대법원은 올해 가을, ‘재판관으로서의 세종대왕’에 주목하는 ‘세종 국제컨퍼런스’도 준비 중이다.
유 자문관은 “현직 대법관들을 포함해 한글을 바탕으로 쉬운 판결문을 쓰기 위한 판사들의 고뇌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며 이 같은 문화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판결문은 아무래도 토씨 하나 차이로 잘못하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글쓰기이다 보니 완벽한 의미 전달을 위해 진심으로 고민하는 부분들을 엿볼 수 있다”며 “이런 분들이 많이 계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 자문관은 “법은 아직 사람들한테 어려운 분야”라며 “법원도 한글을 바탕으로 변화하려는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차근차근 해나가면 법원이 한발 더 가깝게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최오현 (ohy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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