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후보 모두 ‘주택 공급 확대’… 공공·청년·세제 등 방식은 제각각

세종=김민정 기자 2025. 5.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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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프리즘] 이재명 ‘공공임대’ vs 김문수 ‘청년주택’ vs 이준석 ‘세금 감면’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공공임대 확대냐, 청년 맞춤형 주택이냐, 혹은 중소형 주택 특화 공급이냐.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주요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부동산 공약은 주택 ‘공급 확대’라는 기조는 같지만 구현 방식은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고품질 공공임대’ 확대를 중심축에 두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청년층을 겨냥한 ‘3·3·3 주택공급’ 정책을 제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59㎡형 공급 확대’와 세금 감면을 전면에 내세웠다.

15일 각 대선 후보 공약집을 종합하면, 세 후보는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한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방식과 주체, 대상에서 차별점을 두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4일 오후 경남 통영시 강구안 문화마당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 이재명 “공공이 책임지는 주거 사다리”… 도심 재정비 병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고품질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공공임대 비율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단순한 물량 확보를 넘어 공공주택의 질적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공공이 주도하는 주거 사다리 복원’을 정책 기조로 삼고, 무주택 서민·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안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월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도 병행된다. 이 후보는 ‘전세사기 걱정 없는 사회’를 공약으로 제시하며 임차인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기존 보증제도 개선과 월세 세액공제 대상 확대를 약속했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 제도 강화, 월세 공제 범위 확대 등은 서민 주거 취약층을 직접 겨냥한 공약으로 평가된다.

공급 확대 방안으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개발, 4기 스마트 신도시 조성,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등을 제시했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산본·중동·평촌)는 물론, 수원·용인·안산·인천 연수·구월 등도 대상이다. 이 후보는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적합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며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 등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간 중심의 규제 완화 이슈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여부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 관련 정책도 “가급적 손대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거 제시했던 국토보유세 공약도 “수용성이 떨어진다”며 사실상 철회한 바 있다.

진성준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장은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것이 기조”라며 “다주택자 과세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의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4일 경남 밀양시 밀양관아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 김문수 “결혼·출산마다 3년씩 지원”… 청년층 주거비 직접 지원

김문수 후보는 민간 주도의 공급 확대와 청년층 직접 지원을 결합한 주거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가 공공임대 확대를 강조한 것과 달리, 김 후보는 ‘수요자 중심’ 접근을 통해 청년·신혼·육아 세대를 공략하는 전략이다.

대표 공약은 ‘3·3·3 청년주택’이다. 결혼하면 3년, 첫 아이 출산 시 3년, 둘째 아이 출산 시 3년 등 총 9년간 주거비를 지원하고, 해당 조건을 충족한 청년층에게는 연계된 주택을 매년 10만 가구씩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주거비 부담이 청년 결혼·출산을 막는 주요 요인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공약이다.

김 후보는 “청년·신혼·육아 부부를 위한 주택을 연간 20만 가구 공급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공급 방식은 공공이 아닌 민간 중심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통해 공급 인프라를 확충하고, 민간사업자의 참여 유인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세제도 손본다. 김 후보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종합부동산세 개편,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비수도권 주택 취득세 면제 등 전방위적인 세 부담 완화를 제시했다. 이는 다주택자나 수요자 입장에서 거래를 제한해 온 기존 제도들을 정상화하겠다는 의도다.

청년층과 1인 가구를 겨냥한 디테일한 주거지원 공약도 포함됐다. 대학가 ‘반값 월세존’ 조성, 소형 아파트·오피스텔 공급 확대, 세대 공존형 주택 도입 등이 주요 사례다. 기존 공공임대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거 형태를 실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의 전체 부동산 정책 기조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민간 활성화 중심 공급 정책을 계승하면서, 여기에 청년 주거 지원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덧입힌 형태다. 공급 방식의 유연성과 주택시장 자율성을 강조한 점에서 이재명 후보의 공공 중심 모델과 차이가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집중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준석 “소형부터 큰 평수로 갈아타는 주택 생애 설계”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생애주기에 따라 유연하게 ‘갈아탈 수 있는’ 주택 생태계 조성을 공약했다. 핵심은 중소형 아파트 중심의 단계별 주택 공급과 세금 감면 등 세제 인센티브를 연동하는 구조다.

이 후보는 전용면적 59㎡(약 25평형) 아파트 집중 공급을 통해 초기 수요자, 특히 청년과 2인 가구의 주거 안착을 지원하고, 이후 출산 등으로 더 큰 평수로 이주할 경우 취득세·양도세를 감면하는 ‘생애 맞춤형 세제 감면 구조’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처음부터 큰 집이 아닌, 살면서 커가는 주거 사다리’를 정책 설계에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령 인구에 대해서는 ‘집 팔기 좋은 시장 환경’을 조성한다는 입장이다. 장기보유 주택을 매도할 경우 양도세 부담을 줄여주는 장기보유 특별공제 확대가 대표적이다. 이는 고령자의 자산 유동화와 퇴거 지원을 동시에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공약 전반에서 공공임대나 재정보다는 세제 조정과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시장 내 수요자 선택을 유도하겠다는 방향성이 뚜렷하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 도심 고밀 개발 등 기존 정부 기조와의 연속성도 일부 보이지만, ‘소형→중형→대형’으로 자연스럽게 이주할 수 있는 주택 이동성 강화에 더 초점을 맞췄다.

이준석 후보의 공약은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정책이라는 점에서 공급 확대를 외치는 다른 후보들과 유사한 기조를 가지면서도, 생애 설계와 세제 유인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지점을 노린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온 강남구 압구정동,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 “공급 기조는 공감대…구체성·균형은 여전히 숙제”

전문가들은 세 후보 모두 공급 확대라는 방향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공약의 구체성과 현실성 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공급을 늘리겠다는 기조 자체는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올바른 방향”이라면서도 “공약이 공약에 그치지 않으려면, 세제 혜택이나 구체적인 입지·물량 계획 같은 실행 로드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정부의 ‘100만가구 공급’ 같은 약속이 결국 시장에 실현되지 못한 전례를 보면, 단순한 수치보다도 어디에 얼마를 짓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선 공약에서는 부동산을 과도하게 정치 쟁점화하지 않으려는 기조가 뚜렷하다”며 “이는 오히려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전 정부에서 부동산을 전면에 내세우는 정책이 오히려 정책 실패로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원론적 방향에 집중하는 것이 선거공약의 본래 역할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후보들이 ‘집 많이 짓겠다’,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방향은 공통되지만, 구체적인 공급 수치나 실행 시점은 이번엔 오히려 빠져 있다”며 “이는 지난 선거에서 무리한 수치를 제시해 정책 신뢰를 잃었던 학습 효과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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