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지역 10명 중 3명 ‘체류형’…생활등록제 도입해야”

김동용 기자 2025. 5.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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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 연구 과제 통해 정책 제안
“복수주소제 도입 전 생활등록제 필요”
국토연구원 전경.

#군청 공무원인 A씨는 주소 등록이 안 된 어르신들은 실제 거주해도 군에서 매주 독거노인들에게 배달하는 밑반찬 꾸러미를 받을 수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A씨는 “노령수당도 주민등록 주소지가 아니면 받을 수 없다”며 “복지 사각지대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B씨는 고향에 상속받은 땅과 집이 있어 재산세 등 세금을 내고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등록 인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택개량사업 지원을 받지 못했다. B씨는 “고향 집 개량을 지원받기 위해 가족과 분리해서 주소를 옮길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학교 수업을 듣기 위해 지방에 사는 C씨는 해당 지역에 4년 가까이 생활하면서도 주소 미등록으로 인해 핵심 지원사업에서 제외됐다. C씨는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청년들의 지역사회 참여 의지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인구 감소 지역에서 실제 생활하고 있지만 주민등록은 안 된 ‘체류형 생활인구’가 지역 공공 생활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생활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이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나왔다.

국토연구원은 12일 발간한 국토정책 브리프 제1012호 ‘체류형 생활인구의 생활등록제 도입 방안’에서 “복수주소제 도입 전에 과도기적 방안의 하나로 ‘생활등록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브리프는 ‘생활인구 개념 도입에 따른 지역기반 서비스 유연성 증대 방안 연구(2024)’ 보고서를 요약·정리한 것으로, 정부나 국토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다. 

생활등록제는 주민등록과 별도로 개인이 주소지 외에 일상적으로 활동하는 지역에 ‘생활등록’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주민등록제도의 근본적 변화 없이도 생활인구가 실제 활동하는 지역에서 생활의 불편을 겪지 않도록 공공 생활 서비스 접근성을 향상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의 생활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구 감소 지역 89곳의 중장기(월간 11~31일) 체류인구는 주민등록인구 대비 평균 3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생활하는 사람 중 3분의 1 이상이 해당 지역의 주민등록자가 아닌 셈이다. 

국토연구원은 “실제 생활공간과 주민등록상 주소지 간 불일치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나, 지역 공공 생활 서비스는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중심으로 공급 체계가 구축됐다”며 “주민등록인구가 아닌 생활인구는 법적 주소지가 아닌 곳에서 지역 공공 생활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제약을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여론도 긍정적이다.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 조사에 따르면 주민등록지 외의 활동 지역에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에 대해 국민 80.2%,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64.7%가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토연구원은 “행정·재정적 부담, 주민등록인구와의 형평성, 제도 악용 우려 등을 고려해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부작용 없이 생활등록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생활인구 유형화 및 개념 정립 ▲관련 법·제도적 기반 마련 ▲지자체 단위 시범 도입 ▲생활인구 대상 지역 간 권리·의무 체계화 방안 마련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토연구원은 “생활등록제는 변화하는 국민 생활패턴에 맞춰 주민등록 주소지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인 생활 관계를 형성하는 지역에서 생활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지역 공공 생활 서비스의 유연성을 높이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며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체계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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