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규제에도 '혐중·음모론' 현수막 난무…선관위는 뒷짐?
선관위·구청 "법적 문제 없다…강제 철거 어려워"
"선거판 혼탁해져…기계적 아닌 적극적 법 해석, 개정 필요"

지난 12일부터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며 정당의 정책, 현안 관련 현수막들은 모두 철거됐다. 하지만 서울 곳곳엔 선거에 대한 음모론과 혐오 표현을 적은 현수막이 난무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후보자를 내지 않은 정당의 통상적인 활동이라 문제가 없다는 해석 때문인데, 선거를 혼탁하게 만들 소지가 있는 현수막임에도 관련 기관들이 소극적 법 해석에 기대 뒷짐을 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불안감 조성"…시민들 '피로감' 호소
지난 12일 낮 12시쯤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를 지나가는 관광객들 옆에 '구멍숭숭 사전투표 불안해서 못살겠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 아래쪽에 적혀있는 게시 기간은 5월 1일부터 11일까지였다. 하지만 13일 낮 12시 해당 현수막은 여전히 철거되지 않은 채 게시돼 있었다.
해당 현수막들은 내일로미래로당 이름으로 설치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중국이 개입해 부정선거가 이뤄졌다는 설을 알리겠다며 '애국 현수막 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현수막 1장당 2만 원을 내고 신청하면 내일로미래로당 명의로 현수막을 걸어주는 식이다.

거리에서 만난 일부 시민들은 이 같은 음모론과 혐오 표현이 담긴 현수막에 우려를 나타냈다. 경복궁 인근에서 만난 최모(28)씨는 "저런 현수막이 선거를 방해하는 것 아닌가"라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원구에 산다는 유모(29)씨는 "표현의 자유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학생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고 그냥 안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일로미래로당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도 적극적으로 부정선거론에 대해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애국 현수막 달기' 홈페이지에 따르면 "후보를 내지 않는 정당의 통상적인 현수막은 선거운동 기간에도 합법적으로 달 수 있다. 특히 부정선거 관련된 문구라 할지라도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판단 받았다"고 공지했다.
선관위·구청 "법적으로는 막을 근거 없다…강제 철거 어려워"
그런데 내일로미래로당의 현수막은 이 기간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선거관리위원회와 구청의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90조에 위배되지 않는다. 해당 정당이 후보를 추천한 정당이 아니고 현수막 내용에 특정 후보자에 대한 선거운동성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선 다른 방법으로 대응은 하지만 강제적으로 철거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수막의 내용 역시 제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당법 37조에 따르면 정당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추천, 반대함 없이 자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시설물로 홍보하는 행위는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며 해당 현수막들을 철거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종로구 선관위는 구청이 질의한 '중국인 유학생은 간첩' 등 혐오 표현에 대해 '정상적인 정당 활동'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동대문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한 달 간 내일로미래로당 현수막에 대한 민원은 12건 접수됐다. 하지만 "해당 현수막들은 '정당 현수막'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정당법에 의해서만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현수막 부착 기간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철거시키거나, 철거를 요청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밝혔다. 서초, 종로구청 등도 같은 입장이었다.
"선거판 혼탁해져…법 개정·선관위 적극적 대처 필요"
이 교수는 "선관위가 선거 활동을 하고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일로미래로당은) 후보를 안 냈어도 그런 현수막으로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도 "(해당 현수막은) 환경 오염 못지않게 우리 사회를 오염시키는 기능을 한다"며 현수막의 혐오 표현을 우려했다.
이에 선관위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와 법 개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용인대 최창렬 특임교수는 "선거 기간 중에 선거가 부정 선거라고 얘기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다른 선거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해당 현수막을) 불법으로 규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기계적으로만 해석을 하기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국대 로스쿨 한상희 교수는 "지금 현재로서는 법 개정이 제일 빠른 해결책"이라며 "(해당 현수막 내용은) 평등 원칙에 어긋나고 혐오, 차별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빨리 제정해야 된다"며 "(혐오 표현 현수막)은 차별 행위이기 때문에 규제할 근거가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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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지은 기자 writtenb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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