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살아있는 전설… ‘근육질 백조’들이 온다

이태훈 기자 2025. 5. 15.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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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내달 LG아트센터서 6년 만에 내한
로맨틱 발레의 걸작을 재해석한 매슈 본의 ‘백조의 호수’에선 순백의 발레리나 대신 근육질 발레리노들이 강인하고 역동적인 백조 군무를 선보인다. /LG아트센터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LG아트센터

“우리와 관객, 세계 무용계에 이토록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죠. 지난 30년간 이 작품이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새로운 관객층을 만들며, 젊은 무용수들에게 영감을 주는 걸 목격했습니다.”

‘살아있는 전설’이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이냐고 묻자,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키워드>를 만든 영국 안무가 매튜 본(65)은 “나는 이 공연과 그 유산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런던 초연이 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킨 지 올해로 30년. 내달 18~29일 LG아트센터 서울 내한 공연을 앞두고, 서면 인터뷰로 그를 먼저 만났다.

◇세계 무용을 뒤흔든 ‘댄스 뮤지컬’

미 시사 주간지 타임은 그를 ‘현재 살아있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안무가’라고 불렀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무용을 ‘발레’가 아닌 ‘댄스 뮤지컬’이라고 부른다. “발레, 현대무용,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영향을 받은 ‘춤 공연(dance theater)’이고, 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말 없는 움직임으로 복잡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훨씬 큰 도전이고, 그 과정 자체가 저를 여전히 흥분되게 합니다.”

영국 안무가 매튜 본 / 게티이미지코리아

본은 늘 관객이 전혀 사전 지식 없이 공연을 즐기길 원하지만 이미 30주년. 한국에서도 2003년 초연 뒤 여섯 번째 공연이다. 본은 “염려할 필요 없다. 이 작품은 관객에게 매번 다른 경험을 주며, 볼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공연은 연습 시작부터 모든 무용수가 자기 캐릭터의 배경 이야기를 다양한 원전과 자료를 조사해 직접 창작하게 합니다. 무대 위에 서면 각자만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도록요. 자연히 작품 안에 수많은 이야기가 동시에 흐르죠. 아무리 작은 손짓 하나라도 무대 위 모든 움직임에는 분명한 동기가 담기게 되고요. 늘 따뜻하고 열정적으로 저희를 맞아주셨던 서울의 관객들에게 새로운 버전의 백조의 호수를 보여드릴 수 있어 정말 기대됩니다.”

◇‘상실’과 ‘인정 욕구’라는 보편 정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LG아트센터

보고 또 보는 고전 발레도 아닌 현대 창작 무용 작품이 30년 넘게 공연되는 것 자체도 놀라운 일이다. 본은 “이 작품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이나 상실감, 또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보편적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런 감정들은 늘 우리 모두의 마음 어느 한쪽을 아프게 혹은 부드럽게 건드립니다. 이 작품은 매우 인간적인 동시에 세계적인데, 그 메시지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는 방식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는 “무대 세트의 전면적 재디자인 같은 물리적 새로움은 물론, 관객의 흥미와 사회적·정서적 수용 기준 등 세상의 변화를 늘 예민하게 관찰해 반영한다. 여기에 새로운 무용수들이 자신만의 새로운 해석을 더해 늘 공연이 신선하게 살아 숨 쉬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에선 본의 무용단 ‘뉴 어드벤처스’의 젊은 스타 무용수 해리슨 도우젤, 잭슨 피시, 로리 매클라우드가 많은 남자 무용수의 꿈인 ‘백조(낯선 남자)’ 역할로 데뷔해 서로 다른 해석과 매력을 선보인다.

◇“모든 순간이 경이로웠던 30년”

/LG아트센터매튜 본 백조의 호수 SWANLAKE by Bourne, , Choreography - Matthew Bourne, Designs - Let Brotherston, Lighting - Paule Constable, New Adventures, 2024, Plymouth, Royal Theatre Plymouth, Credit: Johan Persson/

2막에 나오는 ‘큰 백조들의 춤’은 여전히 에너지와 힘이 넘치고, 음악도 훌륭해 그가 가장 사랑하는 장면. 근육질 남자 백조들이 처음 등장할 때 관객들의 반응을 느끼는 것은 언제나 멋진 일이다. 그는 또 왕실 자선 공연에서 여왕 앞에서 공연한 일, 존경하는 뮤지컬 배우 줄리 앤드루스가 관람한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 참여했던 일 등을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영화와 뮤지컬에서 발레리노가 꿈인 탄광 마을 소년 빌리의 마지막 꿈 장면이 바로 이 작품에서 따온 것이다. 본은 “무용으로 토니상을 두 개나 받을 줄은 상상 못 했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은 것도 더할 수 없는 영광이었다”며 “지난 30년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을 돌며 이 작품을 선보였던 모든 순간이 경이로웠다”고 했다.

지난해엔 본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해석해 안무한 작품이 내한 공연을 했다. 이제 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그는 “사실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은 대부분 이미 무대에 올렸기 때문에, 이제는 새로운 작품을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모든 훌륭한 이야기가 무용으로 풀어내기에 적합한 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늘 스스로에게 질문하지요. ‘이 사람은 언제, 왜 춤을 출까?’ 하고요. 그 질문은 제가 춤을 만드는 한 계속될 겁니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LG 아트센터

로맨틱 발레 걸작 ‘백조의 호수’를 원작으로 하는 영국 안무가 매튜 본의 대표작. 1995년 11월 런던 새들러웰스 극장 초연 당시 가냘픈 순백의 발레리나 대신 근육질 발레리노들의 역동적 백조 군무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이후 세계 무용계 지형을 바꿔놓았다. 마법사의 저주로 백조가 되는 공주 대신 자유와 미(美)를 갈구하는 유약한 왕자, 강인함의 상징인 백조가 등장한다. 뉴욕과 런던에서 가장 오래 공연한 발레 작품.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상 무용 작품상, 미국 토니상 뮤지컬 작품상, 안무·의상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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