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준의 과거에서 보내는 엽서] [14] 이스라엘 건국 선언

나는 1948년 5월 15일 갈릴래아 호수 앞에 서 있다. 어제 14일 이스라엘 건국 선언이 있었고, 곧바로 아랍 국가들과 건국 전쟁에 빠져들었다. 팔레스타인을 중심으로 한 유대인 국가 이스라엘과 이슬람 세계 간의 재앙은 2025년 5월 15일까지 이르는 동안 수억 겹 원한(怨恨)의 뒤죽박죽 ‘지옥 상태’가 돼버렸다. 향후 500년 안에 저 둘이 지속적 합의나 화해를 이뤄낼 거라고 믿기는 어렵다.
이스라엘 건국일을 이왕 언급한 마당에, 일반적이지만 너무 일반적이기에 ‘특히 우리가’ 망각해 왔는지도 모르는 국가, 특히 ’근대 국민국가(modern nationstate)’라는 것에 대한 진실을 ‘극도로’ 간단히 확인해 볼 수 있겠다 싶다.
유대인들은 대략 2000년간 나라 없이 떠돌았다. 돈과 재능이 있다고 해도 멸시받고 짓밟히고 몰살당하고 불태워졌다. 독일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전 유럽과 러시아 등지에서 거의 다 그랬다. 유대인들이 그런 참혹에서 벗어난 것은 그들의 근대국가 ‘이스라엘국(구약성서의 이스라엘왕국과는 다른)’을 세운 뒤 그것을 지키고 발전시킨 다음부터다. ‘민족’만으로는 절대로 가질 수 없던 이 혜택(?)은 이스라엘 안에 사는 유대인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 유대인들이 함께 누리고 있다.
국가는 철저히 ‘인공물(人工物)’이다. TV나 자동차처럼 사람들이 공업적으로 만든 거라는 뜻이다. 당연하게 살다 보면 국가를 태고적부터 존속해 온 생물적 공동체처럼 착각하기 마련이다. 삼성전자보다 가난한 국가는 많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군대’가 없고 ‘국경(國境)’을 강요할 수가 없다. 3300만명가량의 쿠르드족이 지옥 같은 시련 속에서도 기어코 자신들의 근대 국민국가를 만들려는 것도 유대인들이 그랬던 이유와 같다. 원래 안 그런 국가는 없다.
20세기에 생겨난 국가는 130국 이상이다. 20세기와 21세기에 소멸한 국가는 50국가량이다.이게 비극으로 가득 찬 이 세계를 이해하는 ‘생기초’다. 국가에 대한 막말로 지식인인 척 멋부린들 이 팩트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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