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모순의 역주행

한비자에 나오는 고사성어 모순(矛盾)은 초나라에 창과 방패를 만들어 파는 상인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상인은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이 창은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다고. 그리고 그는 또 말했다. 이 방패는 모든 창을 막아 낸다고. 그러자 사람들이 물었다.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느냐고.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을 의미하는 모순이 현대판 인기소설로 주목받고 있다. 1998년 첫 출간된 양귀자의 장편소설 ‘모순’이다. 국내 대형서점 5월 2주 차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를 찍었다는 소식에 책장 속에 꽂아둔 ‘모순’을 다시 꺼내 들었다. 27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모순’이 역주행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 소설은 스물다섯 살 미혼여성 안진진을 통해 평범하지만 모순으로 가득한 우리네 인생을 들여다본다. 안진진의 엄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지만 반대의 인생을 산다. 시장에서 내복을 팔며 술주정뱅이 남편과 사고뭉치 아들을 부양하는 엄마,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이모. 주인공은 이모의 삶을 동경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이모의 행복은 ‘무덤 속 평온’으로 마무리된다. 불행한 결말이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큰 줄기인 안진진의 연인 이야기도 모순투성이다. 나영규의 삶은 단조롭지만 예측할 수 있고 안정적이다. 또 다른 남자 김장우는 열정적이고 자유롭다. 하지만 불확실한 삶이다. 두 남자를 놓고 갈등하는 안진진의 선택은 어디로 향할까. 작가는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주인공이 모순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를 꼬집는다.
선거는 모순적인 사회의 결정판이다. 대선후보 마다 다같이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지만 또 한손에는 감세 공약을 쥐고 지지를 호소한다. 세손 결손으로 나라 곳간이 거덜 난 상황에서 감세를 통한 성장이라고? 앞뒤가 맞지 않는 초나라 상인 같다. 어쩔 수 없다. 조금 덜 모순적인 후보를 선택하는 수밖에. 박창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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