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우리는 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가
반대편 관점은 왜곡·배제 쉬워
대선, 정치성향 따라 극한 대립
옳고 그름 문제 아닌 확증 편향
대통령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정치권은 극단적인 언어와 감정의 대립으로 얼룩져 있다. 정당 간의 공방은 비판을 넘어 저주에 가까운 말들로 치닫고 있고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권자들 역시 진영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과 판단을 내놓는다. 마치 하나의 사회 안에서 전혀 다른 현실을 살아가는 듯한 인상이다. 정치적 성향이 상반된 사람은 세상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자신만의 렌즈를 통해 현실의 상황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양극화는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심화되며 사회에 큰 압박과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사람들은 왜 같은 사건을 보고도 완전히 다른 판단을 내릴까? 같은 뉴스를 접하고도 어떤 이는 자유라 하고, 다른 이는 폭력이라 여긴다. 이 현상을 단순히 정치적 입장의 차이로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정치적 양극화는 각 개인의 인식 분열이 뇌가 불확실성을 처리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중립적인 정치 콘텐츠나 비정치적 다큐멘터리에서는 이러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정치적 메시지가 뇌를 ‘같은 편’과 더 가깝게 만들고 ‘다른 편’과는 더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이런 뇌 반응이 진보와 보수 양 진영 모두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어떤 정치 성향이 옳고 그르다는 문제가 아니라 확고한 정치적 믿음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뇌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 논쟁에서 서로가 자신의 입장에 더욱 몰입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뇌는 불확실한 세상을 단순하고 안정적인 틀로 정리하려는 경향이 있고 그 과정에서 반대편의 관점은 왜곡되거나 배제되기 쉽다.
정신과 진료 현장에서도 이러한 인지적 경직성은 자주 관찰된다.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이들은 세상을 더 단순하게 해석하고 주변과의 관계에서도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와 유사한 심리적 메커니즘이 정치적 맥락에서도 작동한다면 사회 전체가 이념에 따라 신경학적으로 분리된 상태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는 단지 의견이 갈리는 문제가 아니라 공감과 이해의 기반 자체가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빠른 결론이나 확신이 아니라 잠시 멈춰 생각하는 태도다. 세상은 대부분 회색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호하고 복잡한 현실을 견디는 능력이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성숙도를 좌우한다.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정보가 나의 확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작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불편한 의견에 대해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반응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 차분히 머무를 수 있는 여유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심리적 근력이다.
권준수 한양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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