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리아 제재 전격 해제’…내전 딛고 재건 속도 전망
사우디 순방 도중 공식화
알샤라 대통령과 회동도
“빈살만 왕세자 설득 영향”
14년 만에 ‘정상국가’ 행보
이란 겨냥 핵 협상 압박도
중동을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말 과도정부 체제로 전환한 시리아에 대해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전격 선언하고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과도정부 대통령과 만났다. 장기간의 내전과 독재, 서방의 제재로 황폐화된 시리아가 미국의 제재 해제를 계기로 정상국가로 나아가는 속도를 올릴 수 있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알샤라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이 대면한 것은 2000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하페즈 알아사드 대통령을 만난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이듬해 시리아와 단교하고 대사관을 폐쇄했다.
이날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포럼 연설에서 14년간 지속된 대시리아 제재 해제를 공식화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붕괴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독재정권을 미국이 제재했던 것이 “가혹하고 파괴적이었으나 중요한 기능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그들(시리아)이 빛을 발할 때”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제재 해제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설득이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그는 빈살만 왕세자를 바라보면서 “내가 왕세자를 위해 이런 일까지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 해제로 반군 연합 지도자 출신인 알샤라 대통령에게 힘이 한층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시리아 재건을 위해 미국의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하고 과도정부가 출범하자 시리아의 정상국가화를 지원하기 위해 제재 일부를 해제했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가 유지되고 있어 기업들의 시리아 재건 사업 참여가 지지부진했다. 미국과 EU, 일부 아랍 국가는 2011년 알아사드 정권이 반정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해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자 해외 시리아 정부 자산 동결, 시리아 투자 금지, 석유 수입 제한 등 강력한 제재를 부과했다.
아사드 알샤이바니 시리아 외교장관은 국영 사나통신에 “이번 사건은 수년간의 파괴적인 전쟁 이후 안정과 자립, 진정한 재건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시리아 국민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미국 측 발표를 환영했다. 찰스 리스터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시리아는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회복, 재건, 세계로의 재통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리아 제재 해제는 의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의회에서 통과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절차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를 향해 이스라엘과 수교한다는 내용의 아브라함 협정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이란을 겨냥해 핵협상에 나설 것을 압박하며 “우리는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영원한 적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며 이란과의 핵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배시은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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