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 뛰노는 '명품숲'…댐 공사에 곧 수몰된다고?
[앵커]
강원 홍천의 '명품숲'으로 꼽혔던 가리산 일대의 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 숲이 몇 년 뒤에는 물에 잠겨버린다고 합니다. 1조 4천억 원짜리 댐공사 때문인데 주민들은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산골짜기 도로를 따라 숲이 여기저기 할퀴었습니다.
굴착기들이 산을 헤집고 다니자, 나무들은 하나둘 쓰러졌습니다.
아이들이 숲을 체험할 수 있다고 소개된 이곳,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이라는 상징적인 구조물도 보이는데, 바로 가리산 잣나무숲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숲속의 나무를 다 베고 도로를 짓고 있습니다.
내년 1월부터 댐 2개를 짓기 위해 사전 공사를 하는 겁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32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비 1조 4천억원을 투입해 양수발전 댐을 계획 중입니다.
당장 걱정이 나오는 건 앞서 지은 다른 양수 댐들이 수익성과 안정성 면에서 모두 못 미덥기 때문입니다.
전국 7개 지역 양수발전소에서 해마다 1천억원 이상 적자가 나고 있습니다.
2년 전엔 경북 예천군 양수 댐 근처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민 2명이 숨졌습니다.
하지만 한수원은 계획대로 강원 홍천군, 충북 영동군, 경기 포천시 등 3곳에 양수댐을 더 짓고 있는 겁니다.
산림청 공인 '명품숲', 환경부 지정 '생태자연도 1등급 숲'.
홍천군의 이 숲엔 50여 가구 주민들과 잣나무 11만 그루가 있습니다.
[안옥순/강원 홍천군 : 한 16살 때 이 잣나무를 심었어요. 40년, 50년이 돼야 잣을 딴다는데…과연 세월이 이렇게 흘렀구나.]
곧 댐이 들어서면 모두 물에 잠기게 됩니다.
평생 이 마을을 거닌 어르신들은 생태계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농사지어 번 돈으로 직접 카메라 40여 대를 마련했습니다.
[박시현/강원 홍천군 : 이렇게 한 줄기에요. 거기서 보면 산양이 막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카메라) 전기 문제 때문에 큰 배터리 짊어지고 가서 교체를 하는데… 자연에는 이런 짐승들이 지금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냇가와 숲속에 설치한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
산양과 담비, 수달 그리고 참매까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모습이 담겼습니다.
[박시현/강원 홍천군 : 이런 숲을 후대에도 물려줘야 하는 거예요. 우리는 돈도 아무것도 받을 필요 없어요. 산을 그대로 살게 좀 가꿔서…]
주민들은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에 이 영상을 제출한 뒤 계획을 멈춰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생태원은 '명품숲' 등급을 오히려 낮췄습니다.
[산림청 관계자 : '명품숲이 개발에 제한된다' 이렇게 법적으로 나와 있는 건 없고요.]
[환경부 관계자 : 진행 중인 사업이라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리기 곤란하고.]
국립생태원은 JTBC에 "현장 조사 결과,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주민들 촬영 영상은 '참고자료'로만 활용했다"고 했습니다.
한수원은 JTBC에 "2021년까지도 해마다 1천억원 이상 적자였지만 최근 흑자로 바뀌었다"며 "양수발전 수익성은 더 올라갈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곧 수몰될 마을에 사는 김옥배 할머니.
마을의 세월이 할머니의 인생입니다.
[김옥배/강원 홍천군 : 아이들 다섯을 다 학교 가르치고. 산에 다니면서 나물 뜯고 약초 캐고. 봄이면 (이웃과) 어울려서 논 조금씩 농사짓고 품앗이해서…]
아무리 '나랏일'이라고 하지만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김옥배/강원 홍천군 : 떠나라고 하면 떠나야죠. 그냥 여기서 살고 싶다고…]
1조 4천억 원짜리 댐공사가 본격화하면 이 집과 이 숲은 물에 잠깁니다.
생태계를 파괴하면서까지 꼭 해야 하는 건지 더 고민하고 검증해야 하는 이유는, 다시 되돌리기 어려울뿐더러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 강은혜 / VJ 김진형 / 영상편집 김동준 / 취재지원 권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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