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이아 청탁’ 의혹 통일교 전 간부, 또 다른 명품 로비 흔적

김가윤 기자 2025. 5. 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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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윤아무개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독자 제공

김건희 여사를 상대로 한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간부의 청탁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통일교가 과거 행사 참석자에게 명품을 선물하거나 수사기관 등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14일 드러났다.

통일교가 윤아무개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한 서아무개씨를 상대로 낸 고소장을 보면, 서씨는 2023년 1월 모잠비크에서 연 통일교 행사(국제지도자회의·ILC)에 온 귀빈 선물용으로 900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여러 개 샀다. 2023년 4월 통일교 행사를 앞두고도 명품점에서 “귀빈을 위한 물품으로 넥타이, 니트류, 코트 등을 구입”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승인에 따라 선물 구매가 진행됐지만 구체적인 구매 내역은 내부에 보고되지 않아 통일교가 자체 감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내부 감사에서 선물을 전달한 기록도, 선물을 전달한 사실을 아는 사람도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구입한 명품이 원래 목적대로 사용됐는지 불분명하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통일교는 지난해 8월 횡령 혐의로 서씨를 경찰에 고소했지만, 올해 3월 고소를 취소했다. 통일교 내부 관계자는 “통일교가 내부 사정에 해당하는 내용을 고소하는 바람에 이런 사실들이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통일교 쪽이 수사기관에 로비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한겨레는 2017년 윤 전 본부장과 통일교 간부인 정아무개씨, 통일교 쪽 소송을 돕는 미국 변호사 등이 참여한 메신저 기록을 확보했다. 이 변호사는 대화 과정에서 “○○지검 사람들 접대하느라고 바쁜 추석이었다”, “B(비자금)가 1장 반 정도 필요하다”는 등의 말을 했다. 당시는 통일교 총재 일가의 재산 분쟁이 벌어지면서 민형사 송사가 여러 건 진행되던 때였다. 정씨와 통일교 관계자들, 법무법인 직원 등이 대화를 나눈 녹취록에도 “검찰 접대를 해야 한다”, “어떤 자금을 줬든 간에 분명 제 일에 다 썼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정씨는 메신저에서 “로비도 잘하고, 서로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교는 2018년 9월 해당 변호사 등을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변호사 등이) ‘수사관, 검사, 판사 등 로비에 사용할 돈이 필요하다’며 현금을 요구했다. 통일교는 (그 말을 믿고) 총 15억4천만원을 지급했다”고 적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불송치했지만 “해당 금원이 수사기관 등에 대한 로비 자금일 수 있다는 의심이 다소 든다”고 적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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