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살린다②]"저 원래 아파요" 주사를 찔러도 울지 않는 아기들

2025. 5. 1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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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병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담아 보여드리는 기획 '무조건 살린다'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세상 모든 아기들이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선천성 질환 때문에, 작은 몸으로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수술을 견뎌내는 아기들이 지금도 적지 않은데요. 중환자실에서 질병과 사투를 벌이는 아기들과 그들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최은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기자 】 서울아산병원 소아중환자실.

무거운 공기를 가득 메우는 기계음 사이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태어난지 59일된 연우(가명), 이곳에서 마음껏 소리내 울 수 있는 유일한 아기입니다.

(현장음) 귀여워, 그래도 목소리 바로 나왔다

▶ 인터뷰 : 최효정 / 서울아산병원 소아중환자실 간호사 - "아이고, 맘마 먹고 싶어? 어떡해, 배고파? 6시가 빨리 되면 안되나, 엑스레이도 괜찮은데 (6시 돼야 밥 먹을 수 있어요?) 네, 금식을 좀 오래했어요, 배 수술하고 나와서."

소아중환자실 환아들은 대부분 선천성 질환으로 태어나자마자 큰 수술을 받아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다보니 말은 커녕 울음소리조차 낼 수 없습니다.

(현장음) 재활치료받는데 자면 어떡해, 싫어? 이모가 가래 뽑아줄게. 한번만 더할까? 몇번 할거야? 두번 할거야? 세번 해?

평화로운 시간도 잠시, 한 아기와 연결된 기계에서 요란한 알림이 울리고.

(현장음) 잠시만요, 잠깐만요, 석션할 준비 해주세요.

▶ 인터뷰 : 이슬기 / 서울아산병원 소아중환자실 간호사 - "(이제 괜찮아진 거에요?) 아, 네 (아까 갑자기 왜?) 아기들이 인공호흡기 삽관 길이가 굉장히 짧거든요. 실제로 보면 아기 입에서부터 길이가 10cm밖에 되지 않아요, 그래서 조금만 위치가 변경되더라도 산소포화도에 바로 영향을 미치게 되고요."

가족도 없이 홀로 견뎌야하는 시간들,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간호사입니다.

말하지 못해 글로 전한 그날의 감정들은 노트 수십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선생님 저 지금 숨 잘 쉬고 있나요>

<올 때마다 손 잡아주고 가세요 꼭!>

▶ 인터뷰 : 최효정 / 서울아산병원 소아중환자실 간호사 - "오래 입원한 아이들 보면 주사를 찔러도 울지 않아요. 그냥 저만 이렇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거든요. 얼마나 아파? 이렇게 물어보면 '괜찮아요, 저 원래 아파요' 라고 얘길 하더라고요. 사실 원래 아픈 사람은 없잖아요."

조금씩 나아지는 아기들을 보면 없던 기운도 솟아납니다.

▶ 인터뷰 : 이슬기 / 서울아산병원 소아중환자실 간호사 - "이 아이도 엄청 괜찮아졌어요, 요즘 (처음 들어올 땐 어땠는데요?) 굉장히 포화도 유지도 잘 안 되고, 깨어 있지도 못했었고."

▶ 인터뷰 : 이슬기 / 서울아산병원 소아중환자실 간호사 - "아기가 안 좋아지는 코스로 갈 때 진짜 많이 힘든 것 같아요. 몸이 힘든 건 사실 견딜 수 있거든요. 밥 못 먹고 화장실 못 가고 이런 건 오히려 괜찮은데, 아기한테는 그 순간이 한번이고, 정말 한 인생의 전체 100% 이기 때문에 그때 저희가 잘 못해주면 안 된다는…. "

지난 35년 간 이 병원 중환자실을 거쳐간 아기들은 2만 명.

2023년 11월 간이식 환아 '지구' 엄마의 휴대전화 베이비캠이 우연히 켜지며 세상에 공개된 이 병원 간호사의 목소리입니다

(현장음) "아빠랑 엄마가 지구 빨리 나을 ?까지 기다리고 있대. 누구야? 이거 지구지, 아구 이뻐"

(현장음) "지구 사랑해요, 지구야 사랑해, 아구 이쁘다 우리아기, 아구 이쁘다, 사랑해, 지구 사랑해"

건강을 되찾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라고 있는 지구, 치료받고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건강한 삶을 선물할 수 있도록 오늘도 소아중환자실은 바쁘게 돌아갑니다.

MBN뉴스 최은미입니다. [ cem@mbn.co.kr ]

영상취재 : 김민호 기자 영상편집 : 양성훈 그래픽 : 유승희 백미희 김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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