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 261년만의 ‘오사카 행진’…걸음마다 현지민 뜨거운 환영

일본 오사카=김태훈 기자 2025. 5. 1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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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오사카 입항과 행렬 재현

- 국립해양유산硏 복원 재현선
- 부산출발 2주 만에 오사카 도착
- 세계박람회장 등서 퍼레이드

- 과거 도쿄까지 이동한 것처럼
- 무용극 등 문화행사 교류하며
- 9월까지 ‘행렬’ 이어갈 예정

- 한일 유관기관·개인 노력으로
- 사행길 완전히 되살려 큰 의미

푸른 바탕에 붉은색으로 ‘正’(정)이라고 쓰인 깃발이 일본 오사카의 바닷바람에 나부꼈다. 조선통신사를 이끄는 ‘정사’가 탔음을 알리는 표시다. 마치 바다 위에 뜬 궁궐을 보는 듯 화려한 단청으로 꾸민 외관은 그 당시 조선의 위용을 자랑하는 듯했다.

지난 13일 일본 오사카 유메시마 엑스포장에서 부산문화재단이 준비한 조선통신사 행렬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다. 오사카 세계박람회(엑스포) ‘한국의 날’ 프로그램으로 열린 이 행사는 부산문화재단 오재환 대표가 조선통신사를 이끄는 정사 역할을 맡았고, 한국관에서 내셔널데이 홀 레이가든까지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태훈 기자


한일 평화사절단의 상징 조선통신사선이 261년 만에 오사카에 닻을 내렸다. 배에는 국서를 전하던 600여 명 대신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홍순재 강원춘 학예사, 김성원 선장, 김효정 부산문화재단 과장 등 8명의 ‘조선통신사’가 타고 있었다.

▮오사카서 대대적 환영

지난 13일 일본 오사카 ACT 부두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재현선 입항식. 김태훈 기자


지난 13일 오전 8시30분 일본 오사카 ATC 부두. 평일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두 주변은 250여 명의 인파로 북적였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복원한 ‘조선통신사 재현선’의 오사카 입항을 축하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많은 이가 모였다. 이날 도착한 조선통신사선은 지난달 28일 부산에서 출발해 쓰시마와 이키, 시모노세키, 쿠레 등을 거쳐 2주 만인 지난 11일 오사카항에 도착했다.

행사가 열리는 9시30분이 되자 취타대가 태평소와 나발 등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입항식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뱃길 재현을 주도한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과 함께 재현선을 타고 항해한 선원들이 배에서 내려 부두에 올랐다. ‘성신교린(誠信交隣)’의 정신으로 여정을 마친 이들을 향해 시민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입항식에 참석한 오사카시 타카하시 토오루 부시장은 “한일 양국 관련 기관들의 협업으로 261년 만에 조선통신사선을 오사카항에서 무사히 맞이할 수 있어 기쁘다”며 “조선통신사의 역사를 재현하려는 시도는 양국이 오랜 우호를 나누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현지 시민의 반응도 뜨거웠다. ‘환영 오사카에’라고 쓰인 현수막을 든 토미야마 마미코 씨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데 사진으로만 보던 배를 실제로 보니 너무 아름답다”고 말했다.

오후 1시에는 오사카 세계박람회(오사카 엑스포)의 유메시마 엑스포장에서 ‘한국의 날’ 주요 행사로 조선통신사 행렬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부산문화재단 오재환 대표가 정사 역할을 맡았다. 통신사는 엑스포장을 둘러싼 목조 건축물 ‘그랜드링’을 따라 힘차게 행진했다. 행렬 중에는 취타대의 흥겨운 연주 아래 비보잉과 풍물놀이 사자춤 부채춤 판굿 등 화려한 공연이 펼쳐졌다. 이내 행렬 양옆으로는 발 디딜 수조차 없을 정도로 군중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관중은 연주에 맞춰 몸을 들썩이고 박수를 치며 행렬에 흠뻑 빠져든 모습이었다. 1시간 가까이 이어진 행렬은 ‘한국의 날’ 공식 행사가 열리는 내셔널데이 홀 레이가든 앞에서 뜨거운 환호 속에 마무리됐다.

▮통신사 사행길 완전히 재현

앞서 조선통신사 재현선은 2023년 쓰시마를 시작으로 지난해 시모노세키, 올해는 세토 내해를 통과해 오사카에 당도했다. 부산에서 출발한 재현선이 옛 통신사의 뱃길을 따라 오사카에 닿은 것은 ‘제11차 사행’(1763∼1764년) 이후 261년 만의 일이다.

이번 재현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계기성 국제행사 기반 한일 문화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오사카 엑스포 ‘한국의 날’ 행사를 맞아 마련됐다(국제신문 14일 자 3면 보도). 한일 문화교류의 상징인 조선통신사의 평화 외교 정신과 역사·문화적 가치를 전 세계 관람객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조선통신사는 1607년부터 1811년까지 12차례에 걸쳐 일본에 파견된 조선의 공식 외교사절단으로,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이끈 문화사절단이자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2017년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조선통신사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해 국제적 가치도 인정받았다.

이번 조선통신사 행렬은 오는 9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과거 통신사는 오사카에 도착한 뒤, 도보로 에도(도쿄)까지 이동했다. 오는 8월 국립부산국악원이 요코하마 KAAT 가나가와 예술극장에서 조선통신사를 소재로 만든 무용극 ‘유마도’를 공연하고, 9월에는 부산문화재단이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축제한마당 in Tokyo’에 참가해 조선통신사 행렬을 선보인다. 문화재단 오 대표는 “요코하마와 도쿄에서 옛 통신사의 사행이 완전히 재현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협력으로 되살린 사행길

옛 조선통신사의 사행길에는 일본인들의 도움이 있었다. 특히 험한 세토 내해를 통과할 때면 일본 각 기항지를 다스리는 번주가 뱃사공을 마중 보내 통신사선을 일본 해역까지 이끌었다고 한다. 이번 항해도 마찬가지였다. 하라 코지 세토내해전통항해협회장과 50년 경력의 항해사 가타카와 기요노부는 7t짜리 어선을 타고 통신사선보다 500여 m 앞장서 시모노세키부터 오사카까지 12일에 걸쳐 뱃길을 안내했다. 홍 학예사는 “세토 내해는 조류가 빠르고 돌풍도 일어나 운항에 어려움이 컸는데, 두 사람이 앞서 배를 끌어주기도 하고 항해 도중 파손된 뱃머리를 밤새 수리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줘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들과의 인연은 2017년 시작됐다. 평소 전통선박에 관심을 두고 있던 하라 협회장이 재현선을 견학하기 위해 목포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 방문했고, 홍 학예사가 언젠가 재현선이 오사카로 향하게 될 때 도움을 달라고 요청한 것. 하라 협회장은 “어려운 바닷길을 같이 항해하는 뱃사람끼리는 사이가 끈끈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각 기항지에서는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이하 연지연)의 도움이 있었다. 연지연은 조선통신사 유관기관 및 개인의 교류를 목적으로 1995년 설립됐다. 현재 18곳의 지자체와 67곳의 민간단체, 개인 85명이 가입돼 있다. 이들은 프로젝트 내내 한국과 일본의 유관기관을 잇는 소통 창구 역할을 했고, 각 기항지에서 환영 행사를 열며 물심양면으로 사행을 지원했다. 마치다 가즈토 연지연 이사장은 “이후로도 한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조선통신사 행사를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항해 과정에서 특별한 인연도 화제가 됐다. 기항지였던 후쿠야마시의 사찰 ‘후쿠젠지’를 방문했을 때 옛 조선통신사 정사였던 홍 학예사의 조상이 그곳을 방문했던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1748년 ‘제10차 사행’의 정사 홍계희가 후쿠젠지의 영빈관에 ‘타이쵸로(대조루)’란 이름을 붙이고 아들 홍경해가 현판의 글을 쓴 일이 있었는데, 홍계희는 홍 학예사의 27대 조상이다. 이에 후쿠젠지 스게타 나오토 부주지스님이 홍 학예사에게 글을 부탁했고, 그는 ‘인과 연’이란 문구를 남겼다. 홍 학예사는 “사람이 인연을 맺으면 반드시 열매가 맺고 꽃이 핀다”며 “한일 관계도 마찬가지로, 261년 전 선조들이 맺은 인연 끝에 우리가 열매를 맺은 것이다. 261년 뒤에도 누군가가 이 인연을 이어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부산문화재단의 특별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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