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에 대통령궁 개방...'가장 검소한 대통령' 호세 무히카 별세
30년 된 비틀 타고 출퇴근 '화제'

대통령 재직 중에도 자신의 1987년형 하늘색 '비틀' 차량을 손수 몰며 출퇴근해 "가장 검소한 국가원수"로 불렸던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지난해 4월부터 식도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었다.
임금 90% 빈곤 퇴치에 기부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은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저의 동지인 무히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깊은 슬픔을 감출 수 없다"고 무히카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오르시 대통령은 "그는 대통령이자 활동가, 사회의 모범이자 사랑받는 어른이었다"며 "우리는 당신이 그리울 것"이라고 추모의 글을 남겼다.
1935년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난 무히카 전 대통령은 1960년대 좌파 무장투쟁 단체 '투파마로스'에 투신한 활동가 출신이다. 1973년 우루과이 쿠데타 뒤 투파마로스의 무장 투쟁 재개 시 처형될 9명의 '인질' 중 하나로 붙잡혀 15년가량을 독방에서 보냈다. 1985년 민주주의 회복으로 석방된 무히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옛 동지들과 국민참여운동(PPP)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특히 그는 2010~2015년 대통령 재임 기간 "세상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렸다. 그는 자신이 받는 임금 가운데 90%를 빈곤 퇴치를 위해 내놓고, 관저 대신 농장이 딸린 허름한 자신의 집에서 출퇴근했다. 이동할 때도 기사가 운전하는 전용차가 아닌 폴크스바겐의 1987년형 하늘색 '비틀'을 직접 몰았다. 대통령이 살지 않아 텅 빈 대통령궁은 노숙자 쉼터로 내놨다.
"가난한 것이 아니라 검소한 것뿐"
그는 자신이 '가난한 이'라고 불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2012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가난한 대통령이 아니다"라면서 "가난한 사람은 많은 것이 필요하지만 나는 필요한 것이 거의 없다. 취임 전부터 살아온 방식 그대로 살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무히카 전 대통령은 "유일하게 건강한 중독은 사랑에 중독되는 것", "삶에는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다"는 등 시적인 수사로 우루과이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히카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우루과이는 연평균 5.4%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빈곤율도 크게 감소했다. 동성결혼 인정, 세계 최초 기호용 마리화나 허용 등 당시로선 파격적 정책을 다수 내놓기도 했다. 70%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을 뒤로하고 2020년 정계에서 은퇴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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