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NANCE] `가상자산 ETF` 대선 따라 착륙 중입니다
기관투자자·법인·외국인 등 투자기회 확대
기초자산 인정·과세체계 개선 등 과제 산적

![지난해 1월 이후 가상자산 현물 ETF 운용자산 규모 변동 추이. [코인마켓캡 캡처]](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14/dt/20250514182105730bfim.jpg)
다음 달 조기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들이 가상자산 관련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규제 일변도 정책을 유지해 온 우리 금융당국의 스탠스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특히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다.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논란 속에서 이를 허용할 때에도 우리나라는 이를 엄격하게 금지했다. 하지만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가상자산을 이용한 파생상품에도 자금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업계에서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가상자산을 활용한 금융상품 허용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물 ETF의 허용은 금융시장에 새로운 상품을 공급하는 것 외에도 비트코인 등 기초자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투자자가 직접 보유하기 어려운 상품에 우회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4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상장된 가상자산 현물 ETF의 순자산은 1321억9000만달러(한화 약 187조원)로 집계됐다. 자금의 99% 이상이 미국에 상장된 ETF에 들어가 있다.
지난해 1월 미국이 현물 ETF를 허용한 뒤 270억달러 수준이었던 순자산은 1년4개월여 만에 5배 뛰었다. 현재 가상자산 ETF 규모는 우리나라 전체 ETF 시장 규모인 193조원과 맞먹는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상자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업비트나 빗썸, 바이낸스 등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해 직접 현물을 매수해야 한다. 하지만 ETF가 출시되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것만으로 가상자산에 투자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탈중앙화'를 표방한 가상자산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리스크도 해소할 수 있다. 미국 SEC는 현물 ETF를 허용하면서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가져오기 위한 '시장감시공조약정'을 요구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규정을 사기와 불공정거래 행위 등을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적정하도록 개선하라는 요구였다.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시키고, 가상자산의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겨와 금융회사 등이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에도 현물 ETF 출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가상자산 시장의 리스크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특히 우리 금융당국은 현물 ETF에 자금이 들어와도 대부분이 현물을 확보하는데 쓰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자본의 상당 부분이 오히려 투자에서 가상자산으로 이동,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가상자산 연계 상품이 도입되면 이를 운용하거나 중개, 투자하는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관련 위험에 대한 노출이 확대되고, ETF로 인한 자금 유입으로 인해 가상자산의 내재가치와 무관하게 가상자산의 가격이 결정돼 가격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같은 리스크는 금융시장에 그대로 전이돼 인식 왜곡, 자본 유출, 정책 딜레마 등의 리스크까지 수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주요 대선 후보들이 모두 현물 ETF 허용을 공약한 것은, 미국 등에 먼저 상장됐던 기간 동안 현물 ETF의 안정성이 어느정도 검증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대내외 환경이 가상자산에 우호적으로 변하면서 전략자산으로서의 가치가 급부상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가상자산 현물 ETF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도 중산층의 자산 증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같은 공약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이 더 큰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현재 개인투자자에게만 허용된 가상자산 투자가 현물 ETF가 출시되면 법인과 기관투자자, 외국인도 우리나라에서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금융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단계적으로 풀어주고 있지만, 현물 ETF 출시 만으로 이 같은 고민이 단번에 끝날 수 있다. 또 가상자산을 ETF로 투자할 수 있게 되면, 퇴직연금을 활용한 가상자산 투자도 가능해져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이 더 확대될 수 있다.
다만 미국과 같은 대규모 자금이 일시에 몰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현물 ETF가 상장된 뒤 나타났던 비트코인의 가격 급등도 우리나라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가상자산을 활용한 파생상품이 다양해지면서, 투자자가 위험을 회피(헷지)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전략이 가능해진다. 이미 미국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어 엑스알피와 솔라나 ETF도 논의되고 있고, 단순 현물 투자가 아닌 옵션을 활용한 커버드콜이나 버퍼형 ETF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면서 1년간 원금을 100% 보호하는 형태의 'CBOJ', 비트코인에 투자하면서 최대 15% 손실을 보호하는 형태인 'BFAP', 비트코인과 금에 동시에 투자하는 'BTGD' 등이 있다.
다음 달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현물 ETF 허용이 가시화되겠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현재 자본시장법에서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부분을 개정해야 하고, 유예된 가상자산 과세체계도 바로잡아야 한다.
자본시장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상장을 위해서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의 심사 절차도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상품을 만드는 운용사 입장에서도 기존에 없었던 상품을 설계해야 하는 만큼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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