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1주기 신경림이 남긴 시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도종환 "작고 하찮은 것에 대한 애정"
22일 충북 충주 신경림문학제 개최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하늘을 훨훨 나는 솔개가 아름답고/ 꾸불텅꾸불텅 땅을 기는 굼벵이가 아름답다 (…) 아직 살아 있어, 오직 살아 있어 아름답다/ 머지않아 가마득히 사라질 것이어서 더 아름답다/ 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중에서)
지난해 5월 작고한 신경림 시인의 1주기(22일)를 맞아 유고 시집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가 출간됐다. 생전 마지막으로 펴낸 '사진관집 이층' 이후 11년 만이다. 시인이 삶의 막바지 병상에서 썼던 미발표 유작 등 60편이 담겼다.
'영원한 민중 시인'의 마지막 시 60편
시집을 엮고 해설을 쓴 도종환 시인은 14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인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아닐까 싶어 고민 끝에 (수록작의 첫 구절로) 제목을 정했다"며 "유한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살아 있는 동안 자기 삶을 긍정하는 시인의 생애 마지막 자세가 이 시 안에 있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자리한 시인의 아들 신병규씨는 "아버지는 마지막에도 '글 쓰고 싶다, 글 써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씀하셨다"며 "시를 쓰기 위해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해, 가족들이 시 쓰기를 말렸다"고 전했다. 투병으로 남긴 시가 많지 않아 이번 시집에 실린 시를 제외하면 미발표 시는 사실상 없다는 설명이다.

그가 남긴 시들은 여전히 따뜻하다. 도 시인은 "거창한 것을 내세우거나 자기를 과장하거나 허세를 부리거나 하지 않고, 작고 하찮은 것, 낮은 데 있는 것을 향한 연민과 애정이 한결같다"며 "초기 시부터 유작 시까지 하나의 결을 간직한 시를 쓴다는 것, 생의 마지막까지 좋은 시를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1956년 등단한 시인은 이듬해 한국 민중시를 대표하는 첫 시집 '농무'를 통해 서정시 일색이었던 1970년대 시단의 흐름을 바꿔놨다. 그는 우리 곁에 있지만 쉽게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시로 썼다. 송종원 문학평론가는 "세상의 비밀을 멋있게, 숨겨져 있는 것처럼 쓰는 시인이 있는 반면 신경림은 항상 그 세상의 비밀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잘 알려줬다"며 "시장 바닥이나 큰 느티나무에도 시가 있다는 것을, 독자들의 시심을 부추겼다"고 짚었다.
이번 시집에서 "올해도 사월은 다시 오고/ 아름다운 너희 눈물로 꽃이 핀다"('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며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시도 눈에 띈다. 도 시인은 "시대의 아픔을 끌어안고 함께 아파하는 사람이 시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시들도 한데 모았다"고 했다.

'국민 시인'이 남기고 간 숭고한 노래들
'할아버지' 신경림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손자와 장어를 먹고 능으로 산책을 가거나('둔주') 퇴원해 귀가하는 차 안에서 손자들 목소리를 들으며('미세먼지 뿌연 날') 손녀딸이 할아버지, 하고 부르는 소리에('병중') 행복했던 기억들을 시로 썼다.
데뷔작인 '갈대'부터 '가난한 사랑 노래', '목계장터' 등 그의 시 다수는 교과서에 실려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수능이나 일선 학교 시험에도 종종 출제됐다. 실제로 시인의 손녀가 중학교 국어 시험 문제로 할아버지의 시를 만났던 일화가 이날 소개됐다. 신씨는 "(시에 딸린 몇 문제를 틀려 와서 할아버지와 함께 풀어봤는데) 시인도 다 틀렸다"며 웃었다.
15일에는 시인의 모교인 동국대 중앙도서관에서 '추모 문학의 밤'이 개최된다. 1주기 당일인 22일 시인의 고향인 충북 충주시에서 신경림문학제가 열린다. 학술대회와 시 낭송, 공연 등이 마련돼 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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