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세 살, 나의 장례식" 박정자, 유준상 영화로 시작한 특별한 '부고장' [Oh!쎈 이슈]

[OSEN=연휘선 기자] "나의 장례식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원로 배우 박정자가 지인들에게 특별한 '부고'를 알렸다.
박정자는 지난 13일 가까운 지인 약 150 명에게 '부고장'을 보냈다. '박정자의 마지막 커튼콜'이라는 부제가 붙은 부고장은 일종의 초대장으로 박정자가 가상의 작별 공연으로 지인들을 직접 초청한 것이었다.
그는 초대장에서 "무대 위에 걸터앉아 기다리던 그 시간이 왔습니다. 한 발을 바닥에 딛고 다른 한 발은 공중에 띄운 채 조금 전까지도 나의 신발에는 먼지가 묻었고 주머니에는 구겨진 대본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 먼지는 바람이 가져가고 대본은 펼쳐지지 않은 채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나는 페이지를 넘기지 않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오늘 저는 마지막 장면을 연기했습니다. 조명이 꺼지고 막이 내렸습니다, 나는 퇴장했습니다. 저 구름 너머에도 커튼이 있다면 당신이 이 부고를 볼 때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침묵이 새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는 곳으로 입장할 것입니다. 어쩌면 거기서도 연출과 논쟁하고, 스포트라이트를 조정하고, 리허설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라며 자신의 마지막을 회상했다.
박정자는 "그리고 오늘 여든 세 살 나의 장례식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장례식은 엄숙해야 한다고 누가 정했을까요. 오늘 만큼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는 대신 웃어야 합니다. 나의 친구여, 나와 오래 동반해준 이여. 꽃은 필요 없습니다. 꽃 대신 기억을 들고 오세요. 마지막으로 들었던 나의 목소리를. 내가 좋아했던 대사를. 오래된 이야기와 가벼운 농담을. 우리가 함께 웃었던 순간을 안고 오세요. 이 것은 작별이 아니라 쉼이며 끝이 아니라 막간이니까요. 가상의 작별 공연에서 거울이 없는 방처럼 나를 떠올려 주세요.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존재하는 사람처럼 나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라며 "사랑과 환호를 담아 연극 배우 박정자 올립니다"라고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부고장' 소식이 알려지며 비보인 듯 황망함을 자아내기도 했던 터. 그러나 박정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를 통해 이를 해명했다. 후배 연기자 유준상이 연출하는 새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에 출연할 당시 장례식 장면을 연기하며 이 같은 특별한 '부고장'을 기획한 박정자는 "우리가 (이승에) 왔다가 (저승으로) 가는 길인데 축제처럼 느껴지길 바랐다. 그래서 준비했다. 유 감독에게 제안을 받고 이 영화를 같이 만들게 됐다.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음을 낯설어하지 않게끔, 사는 동안 이런 모습의 장례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박정자가 직접 준비한 그의 마지막 순간이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962년 연극 '페드라'로 데뷔한 박정자는 한국 연극계 거목 같은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에쿠우스', '해롤드와 모드', '고도를 기다리며', '햄릿' 등의 연극 대표작들은 물론 '빌리 엘리어트'와 '영웅' 등 대극장 뮤지컬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근에는 천만영화 '파묘'에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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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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