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애민정신 실종… 대선공약집에 '한글 어디있나'
K-이니셔티브·메가프리 등 개념 생소 외국어 무분별 사용

'K-이니셔티브', '메가프리존', '리쇼어링'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각자의 10대 공약집에 작성한 단어들이다. 한글로 충분히 표기할 수 있는 용어를 외래어로 표기하거나 아예 개념조차 생소한 외국어를 그대로 차용하는 일이 무분별하게 이뤄졌다.
14일 중부일보 취재진이 후보들의 10대 공약집을 살펴보니 먼저 이재명 후보는 1순위로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이행 방법 중 하나로 'K컬쳐 글로벌 브랜드화를 통한 K-이니셔티브 실현 및 문화수출 50조 원 달성'을 제시했다. 이 한 문장에서만 'K(한국)', '컬쳐(문화)', '글로벌(세계적)', '브랜드화(상표화)', '이니셔티브(주도권)' 등 5개의 외국어를 사용했다.
김문수 후보는 4순위 공약 'GTX로 연결되는 나라, 함께 크는 대한민국'의 이행 방법으로 '메가프리존' 도입과 '메가시티' 조성을 내걸었다. 의미를 한 번에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외국어 합성어다.
이준석 후보의 경우 '중국 베트남 공장을 다시 대한민국으로'를 2순위로 공약, 이를 위해 '리쇼어링(국내 복귀)'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밖에도 이재명 후보는 10대 공약집에 '클러스터(협력 단지)', '디스커버리 제도(증거 수집 제도)', '워케이션(휴가지 원격 근무)', '그린 리모델링(친환경 새단장)' 등 표현을 사용했다. 김문수 후보는 '글로벌 스탠다드(국제 표준)', '유니콘 기업(거대 신생 기업)'을, 이준석 후보는 '네거티브(최소 규제)', '핀테크(금융 기술)', '패스트 트랙(신속 처리제)' 등 단어를 각자의 공약집에 담았다.
국어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과 지역어 보전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과 소통하고 국가를 이끌겠다는 대선 후보자들이 이러한 책무를 외면하는 실정이다. 선거운동 기간 세종대왕 나신 날(5월 15일)도 있는 만큼, 대선 후보자들부터 우리말 사용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인환 국어문화원연합회 공공언어사업부장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설명하는 말이 영어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다"면서 "영어를 아는 사람만 정책을 이해할 자격이 있다고 은연중에 내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도자라면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우리말로 풀어써야 한다. 쉬운 문자로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게, 백성 사랑의 정신으로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의 정신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세종대왕 나신 날은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고 창조 정신과 애민 사상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법정 기념일이다.
강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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