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가병’부터 ‘먹사니즘'까지…대선판 쏟아지는 ‘신조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제21대 조기 대선에서 다양한 신조어가 쏟아지고 있다. 대선 정국을 대변하며 풍자적으로, 비판적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책을 강렬하게 설명하는 키워드로 쓰인다.
조기 대선의 혼돈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신조어는 '난가병('나인가?' 병)'이다. '난가병'은 자격이나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 '내가 당사자인가?'라는 착각을 할 때 종종 쓰이던 말로, 이번 대선 과정에선 준비되지 않은 인물들이 대선판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 등장했다.
특히 지난달 9일 문화방송(MBC) '배철수의 음악캠프' DJ 배철수가 영화 소개와 함께 "예전에도 있었는지 모르지만 현대인의 난치병이 된 질병 중 하나가 '난가병'이다", "'난가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자기 성찰을 잘해야 한다"고 언급한 게 정치적으로 해석되며 이슈가 됐다.
이와 비슷한 말로 '15룡'도 등장했다. 국민의힘에서 대선 출마 주자가 15명이 된다는 말이 돌며 '잠룡'과 숫자를 합친 '20룡', '10룡' 등도 나돌았지만, 1차 경선에 최종 등록한 후보는 8명이었다.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과정에선 한동훈, 홍준표 당시 후보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책임론을 두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홍 후보를 멸칭하는 '코박홍(코를 박을 정도로 90도로 아부한 홍준표)'을 거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김덕수'(김문수+한덕수) 전략으로 경선에 승리했다.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본인에게 부족한 '중도 확장력'을 보완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 전략은 후보 등록 막판에 당내 갈등요소로 작용했고, 반대 세력에게 공격 빌미를 주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압도적 득표를 예상한 '구대명'이 등장했다. '90% 지지율로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이라는 뜻이다. 민주당 반대 진영에서는 '독재'와 '사회주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거론한 경우가 많다.
공식 선거운동(12일)이 시작되자 신조어를 경쟁자 비판과 정책 홍보 모두에 활용하는 추세다.
지난 12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번 조기 대선) 책임은 분명히 국민의힘에게 있다"며 '계몽령'을 언급했다. '계몽령'은 '계엄령'과 '계몽'을 합한 신조어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탄핵 심판 최종 변론기일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를 보며)계몽됐다"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윤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비상계엄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남발과 예산 삭감 폭거, 부정선거, 간첩 실태를 깨닫게 됐다'며 계몽을 빗대어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해당 용어의 적절성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는 중이다.
이재명 후보 대선 캠프에서는 '먹고 살다'와 영어 접미사 '-ism(이념, 철학)'을 합친 대표 공약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잘 산다+ism)'이 이슈화되자, 특별위원회 명칭을 '편사니즘(평화 안보 전략)', '꿈사니즘(국가 미래 전략)'으로 지으며 '핵심 정책'+'-ism'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신조어 현상에 대해 이문행 수원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신조어를 만드는 건 SNS가 활성화되며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특히 선거 기간엔 사람들에게 임팩트를 주는 캐치프레이즈 성격의 마케팅 용어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도하게 줄인 말이나 특정 집단에서만 사용하는 언어로 만든 신조어가 '소통' 목적에 적합할지는 의문"이라며 "앞으로는 디지털 디바이스를 소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어 신조어 사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