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받고 유심 개통해준 70대… 대법 “위법성 예견했다면 처벌”

방극렬 기자 2025. 5. 1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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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박성원 기자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대가를 받고 자기 명의의 유심(USIM) 여러 개를 개통해 건넨 70대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판결을 받았다. 유심이 보이스피싱 등에 위법하게 사용될 가능성을 예견하고도 이를 허용했다면 잘못이라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4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76)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 대전에서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을 운영하는 B씨에게 “선불 유심을 개통해 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유심 9개를 개통해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선불 유심은 일정액을 먼저 지불하고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인증 장치인데, 이를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하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돼있다. 타인 명의의 유심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씨 명의로 개통된 유심 일부도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심은 A씨가 “대리점 실적을 쌓는 용도로 유심을 개통하게 해달라. 타인에게 제공하지 않겠다”는 B씨의 말을 믿고 유심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범행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고령에 신체장애가 있는 점도 고려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는 개통된 유심을 B씨에게 맡긴 채 어떠한 관리도 하지 않았다”며 “타인이 자기 명의 유심을 사용할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용인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밝혔다. A씨의 인지 능력에는 장애가 없는 점, 공소 사실을 일부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도 근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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