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고민시의 '당신의 맛', 웃음과 재미 터지는 '연기의 맛' [드라마 쪼개보기]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진짜 도라인가 봐."
갑작스레 나타난 남자가 다짜고짜 사진 한 장을 내밀며 "이 요리 당신이 한 거죠?"라고 묻는다. 잠시 뒤엔 그 요리를 해달라고 애원하더니, 별안간 스스로 제 뺨까지 때린다.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당신의 맛' 모연주(고민시)의 입에서 이 말이 튀어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그리고 그 "도라이"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 최고급 파인다이닝 모토의 이사이자 식품 대기업 후계 구도 한복판에 선 재벌 2세 한범우(강하늘)다. 극 중 범우는 경쟁 중인 형보다 먼저 미슐랭 쓰리스타 인증을 따내기 위해 전국의 레시피를 샅샅이 뒤지다 전주 골목 안 한켠에 숨은 간판 없는 식당 '정제'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인물은 제 식재료를 무심히 짓밟는 고객을 눈 하나 깜짝 않고 쏘아보는, 단단한 철학을 지닌 셰프 연주다.
'당신의 맛'은 이처럼 처음부터 충돌하며 맞붙은 두 사람이, 하나의 부엌 안에서 정반대의 신념을 부딪치고 타협하며 결국 함께 성장해 가는 과정을 코믹하고 경쾌하게 또 따뜻하게 그려낸다.

범우는 완벽주의라는 외피 속에 불안과 강박, 그리고 인정을 갈구하는 감정의 층위를 품고 있는 인물이다. 연주는 요리를 생계가 아닌 가치로 여기며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전쟁 같은 하루를 살아내는 신념형 인간이다. 이 두 캐릭터가 처음 만나는 장면은 단지 웃음만 유발하지 않는다. 이들의 충돌은 앞으로 펼쳐질 '키친 타카 성장 로맨스'의 핵심 동력이자 드라마가 품고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의 프롤로그다.
'당신의 맛'은 음식과 재벌이라는 다소 상투적인 재료를 가지고도 신선한 첫 요리를 해냈다. 이유는 간단하다. 레시피보다 인물 간의 감정선, 그리고 그 감정이 요리와 충돌하고 다시 녹아드는 과정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범우가 직접 산에 올라 송이버섯을 따는 장면이나, 정육점 전체를 플렉스하는 장면은 전형적인 재벌남 로맨스의 틀 안에 있으면서도 어딘가 유쾌하게 뒤틀려 있다. 이건 진지함보다 허당미에 더 가까운 로맨스다. 덕분에 보는 이의 마음도 무장 해제된다. 음식으로 사람을 감동시키고, 사람으로 음식이 바뀌는 이 묘한 맛. 드라마는 2회 만에 그 균형을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특히 범우가 연주에게 "왜 이렇게 비싼 재료만 쓰냐"고 묻자 "좋은 재료는 원칙의 문제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에요"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가 단지 로맨스를 넘어서 일의 철학까지 건드린다. 연주의 주방엔 원칙이 있고, 범우의 전략엔 허점이 있다. 그 간극이 서로를 변화시키고 어느덧 '정제'는 둘만의 실험장이자 성장의 주무대가 된다.

강하늘은 범우를 완벽하게 요리했다. 그야말로 '당신의 맛'에서 '연기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첫 회 오프닝에서 요리 실수 하나로 주방장을 해고하고 허세 가득한 완벽주의로 현장을 휘젓던 그가, 어느 순간 시장 골목에서 고춧가루 봉지를 들고 울다 웃다 취한다. 그 일련의 변화가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건 오롯이 강하늘의 역량이다.
고민시 역시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철학을 지닌 요리사로서 무게를 잘 잡아낸다. 차갑고 똑똑한데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로 매력을 품는다. '정제 3인방' 중 하나인 진명숙 역의 김신록은 더 말할 필요 없는 믿고 보는 연기를 보여주고, 정제 식구들을 향해 눈을 무섭게 치켜뜨는 국밥 맛집 아들 춘승 역의 유수빈 역시 코믹 연기가 일품이다.
무엇보다 '당신의 맛'은 웃기면서도 따뜻하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자꾸 침이 고이고 어딘가 몽글해진다. 사랑을 요리로 보여주는 대신 요리로 사랑을 배워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1~2회 만에 이 드라마는 그 레시피의 기초를 완성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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