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선불유심’ 개통해준 70대 노인…대법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돈을 받고 본인 명의의 선불 유심을 개통해 타인에게 줬다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본인 명의로 개통한 유심을 타인에게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아무개(76)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4일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유씨는 지난 2020년 12월 대전 중구에서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을 운영하는 ㄱ씨로부터 “선불 유심을 개통해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선불 유심 9개를 개통해줬다. 유씨는 그 대가로 총 2만∼3만원을 받았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역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선불 유심은 휴대전화에서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가입자 정보를 담은 작은 칩(유심)에 미리 요금을 충전한 서비스이다. 단기 체류 외국인 등이 주로 사용하지만 구입·폐기가 비교적 간편해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죄에 악용하기도 한다. ㄱ씨도 유씨 등 고객들로부터 선불 유심 7000개를 개통해 이 가운데 일부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에서는 유씨가 자신의 명의로 개통한 유심들이 타인의 통신용으로 쓰일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원심은 “고령에 장애가 있는 유씨가 타인에게 제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고 ㄱ씨를 도와주려는 호의로 유심을 개통해줬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씨가 ㄱ씨로부터 대가를 받은 점, 고령에 장애가 있더라도 인지능력에 문제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그 유심이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된다는 것에 대해 알았거나 이를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원심은 타인의 통신 제공으로 인한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에서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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